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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카터 향년 100세로 별세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카터 향년 100세로 별세

Posted December. 31, 2024 08:05   

Updated December. 31, 20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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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자 평화의 중재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 재임·사진)이 2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100세.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중국과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이끌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 협상을 중재했다. 하지만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세력’이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미국인 52명을 444일간 억류한 인질 사태, 오일 쇼크에 따른 고물가와 저성장 등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재임 중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오명까지 얻었지만, 퇴임 뒤에는 민주주의 및 인권 보호, 빈곤 퇴치 등에 매진해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북한 쿠바 보스니아 등 분쟁지역을 누비며 평화를 강조한 공로로 ‘2002년 노벨 평화상’을 탔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79년 한국 방문 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유신체제에 반대한 재야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초 신군부 치하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구명 운동에도 나섰다.

특히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던 1994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북핵 동결 등을 논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같은 해 10월 스위스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사랑의 집 짓기(해비타트)’ 활동에 30년 넘게 참여하는 등 인권, 봉사 활동도 꾸준히 펼쳤다.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장수했지만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등으로 지난해 2월부터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을 “위대한 미국인”으로 기리며 국장(國葬)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30일간 미 국내외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내년 1월 9일을 ‘국가 애도일’로 정해 그를 추모하기로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