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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앞뒀지만 학생-교수-시설 없는 ‘3無 의대’

개강 앞뒀지만 학생-교수-시설 없는 ‘3無 의대’

Posted February. 10, 2025 07:25   

Updated February. 10, 20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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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39곳의 개강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시설 확충과 교수 충원이 차질을 빚으며 정상 개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도 돌아올 기약이 없다. 의정 갈등이 해를 넘기면서 의대는 학생도 없고 교수, 시설은 갖추지 못한 채 ‘개점휴업’ 중이다.

충북대 의대는 올해 신입생 125명, 1학년 휴학생 49명을 합쳐 예년보다 3.6배가 늘어난 약 170명의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충북대 의대를 직접 찾았더니 대형 강의실은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에 작고 누수가 발생할 만큼 낡았고 동아리방을 개조한 소형 강의실은 16개 중 4개만 완공됐다. 기초 의학 수업을 위한 해부학 실습동은 아직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교수 채용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수업이 될지도 의문이다. 의대 1학년 필수 전공인 일반화학 수업은 원래 충북대 화학과 교수 1명이 담당했다. 올해는 학생이 늘어난 만큼 교수 3명이 필요하지만 2명 충원에 그쳤다. 지난해 진행한 교수 채용에서 당초 모집 인원(39명)의 70%(27명)밖에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조차 충북대 의대 교수 총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 병원 기금교수를 의대 전임교수로 전환한 ‘돌려막기’가 다수였다.

충북대 의대뿐만 아니라 무턱대고 정원을 늘린 다른 지방 의대도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투자가 지연되고 있어 다음 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인증에서 무더기 탈락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현재 전체 의대생의 95%(1만8343명)가 휴학 중이고, 복학 신청은 미미하다. 내년 정원 규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니 시설, 교수에 대한 투자가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리며 학생도, 교수도, 시설도 없는 ‘3무(無) 의대’를 방치해 왔다. 정부 리더십 공백 속에 의정 갈등을 해결할 의지조차 실종된 듯하다. 동아일보가 전국 수련병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4명 중 3명은 내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이나 그 이하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래야 올해 증원의 충격을 서서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내년 정원 규모부터 서둘러 합의하고 의대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