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비공식 방한해 박진 외교부 장관을 면담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미 민주당의 핵심 인사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매뉴얼 대사는 주말에 한국에 입국해 광장시장 등 서울 시내를 둘러보고, 판문점을 방문했다. 12일에는 외교부를 찾아 박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특정 이슈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러 온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 정계 ‘거물급’인 이매뉴얼 대사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방한 자체가 한일 양국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한일이 최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매뉴얼 대사가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나 중재 의지를 박 장관에게 표명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해 대사 지명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발언한 바 있다.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20세기의 과제 때문에 21세기의 기회가 날아가 버리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 앞서 4월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미국 항공모함 링컨함에 승선해 “새로운 우정에 근거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2008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에서 당시 초선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어내고 1기 비서실장까지 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차를 타고 가던 중 민주당 하원의원의 전화를 받고 “지금 바빠서 통화하기 어렵다. 오바마와 얘기하라”며 전화를 넘긴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