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수현이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양국에 똑같이 손해라면서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유언이었네요.”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JR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 씨(당시 27세) 어머니 신윤찬 씨(73·사진)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국경을 넘은 이 씨의 희생정신은 지금까지도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 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고) 아들이 (한일 관계에) 빛이 비친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일본 탄광에 끌려갔던 강제동원 피해자다. 이 때문에 신 씨는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가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얼어붙은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세상을 떠난 남편과도 얘기했지만 이건(징용 배상 문제) 우리 대(代)에서 끊어 해결이 되고 미래 세대는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신 씨는 “아들 덕분에 양국에서 많은 분을 만났는데 한일은 정말 서로 멀리할 수 없는 나라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과거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런 과거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과거로 인해 우리가 더 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오쿠보역에는 이 씨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동판이 벽에 새겨져 있다. 신 씨는 3년 만인 올 1월 아들 추모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한일 관계가 어려워) 코리아타운 가게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번에 붐비는 모습을 보고 내가 부자가 된 것처럼 기뻤다”라고 전했다.
도쿄=이상훈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