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기습 통보했다. 이틀 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기습 발사에 대응해 우리 군이 하루 뒤 대북 정찰용 무인기를 띄우는 등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카드로 대응하자 북한이 이날 다시 사실상 9·19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긴장을 대폭 고조시킨 것.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국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이날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휴전선 최전방 지역의 K-9 자주포 등의 화력 대기 태세를 격상하며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북한의 자주포·고사포 사격 가능성 등 다양한 국지 도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언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한국 타격용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을 휴전선 이북 수십 km 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 군은 북한의 해상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핵어뢰 ‘해일’이나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등 수중·해상 신형 무기에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뒤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북한 전문 매체인 ‘분단을 넘어’는 이날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신포 앞바다 마양도 잠수함 기지에 잠수함 여러 척 등을 배치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분야별로 9·19합의 파기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해당 합의 조항 효력을 정지해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북한이 NLL 인근에서해상·수중 도발을 하면 백령도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이번 3차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성공적이었고,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발사체 성공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앞서 실패한 1, 2차 정찰위성 발사체 관련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했고, 러시아가 그에 대한 분석결과를 다시 북한에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3차 정찰위성 발사 직후에도 러시아 기술자가 북한으로 건너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