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歌詞)

지정번호	제41호
지정일자	1971년 1월 8일
현보유자	정경태(鄭坰兌, 1917년생)
	이양교(李良敎, 1928년생)

가사(歌詞)는 비정형의 긴 가사체 사설을 노래하는 성악곡이다. 가사라고 하면 노랫말(text)연상되기 쉽고, 또 문학의 한 갈래인 가사(歌辭)를 떠올리기 쉽지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사(歌詞)는 가곡과 시조와 유사한 음악성을 띠고 있는 성악 갈래이다. 현재 12곡이 전승되고 있기 때문에 12가사라고도 한다.

12가사는 '인간 이별 만사 중에 독수공방이 더욱 섧다'로 시작되는 상사별곡(相思別曲), '춘면을 느짓깨여 죽창을 반개하니'로 시작되는 춘면곡(春眠曲), '나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로 시작되는 백구사(白鷗詞), '병풍에 그린 황계'를 보며 홀로 임 생각만 하는 황계사(黃鷄詞), '너누나루노' 등 구음이 많이 나오는 길군악, 유절 형식 4구짜리 21절로 된 어부사(漁父詞), 건곤가(乾坤歌)라고도 하는 죽지사(竹枝詞), 길이가 짧은 권주가(勸酒歌), '세상 공명을 하직하고 처사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은 처사가(處士歌), 느리고 긴 한문 가사로 된 양양가(襄陽歌),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라는 시로 시작되는 매화가(梅花歌), '영웅호걸들이 오늘같이 좋은 날 만나 아니 놀고 어쩌리'로 끝맺는 수양산가(首陽山歌)등이 있지만 이들의 음악적 특징이나 성격은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면이 많다.

가사만 하더라도 우리말로 된 것과 한문으로 된 것이 있고 곡의 길이가 30분이 걸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3분 내외의 짧은 곡도 있다. 창법적인 특징은 남창 가곡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속소리(falsetto) 창법이 가사의 고읨역이나 모음을 꾸밀 때에 많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또 노래를 할 때에는 가곡과 마찬가지로 시가가 긴 음은 '아으아 오우호오' 등으로 연결하고 중모음은 분리하여 '애'는 '아이'로 '에'는 '어이'와 같이 붙인다. 가사를 부를 때에는 백구사나 황계사처럼 기음(基音)을 격력하게 떠는 음을 많이 사용한다. 춘면곡, 어부사, 처사가, 양양가, 수양산가, 매화가 등은 기음의 4도 위 음을 막으며 떠는 서도식의 요성법을 많이 사용한다. 유절 형식으로 된 가사는 매 절의 앞 부분을 조금씩 달리하여 부르며, 가사의 반주는 항상 고정적인 것은 아니어서 피라나 대금 등의 악기에 장구를 곁들이기도 하고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등으로 노래의 선율을 따라 수성 가락을 연주한다. 경우에 따라 반주 없이 노래할 수도 있다.

근래에 들어 가사는 가곡과 시조와 더불어 정악풍의 노래라는 뜻의 정가(正歌)로 통칭된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처럼 가사는 형식이나 창법, 조, 반주 등에 일정한 형식과 틀을 가진 가곡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먼저 가곡은 5장의 일정한 형식으로 되어 있고 여기에 다양한 사설을 얹어 부를 수 있지만 가사는 단일한 선율에 단 한 가지 사설만을 노래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가사는 통절 형식으로 된 것이 많고, 그 가운데에는 반복되는 뒷소리를 가진 유절 형식으로 된 노래도 있어 노래의 틀이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가사는 남·여창에 따른 구분이 없으며, 가곡이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의 두 가지 조가 균형 있게 짜여진 반면 가사는 게면조가 주류를 이룬다.

가사의 장단형은 노래에 따라 6박장단형과 5박장단형으로 구분된다. 백구사, 죽지사, 황계사, 어부사, 춘면곡, 길군악, 수양산가, 매화가는 6박장단인 도드리장단으로 부르며 상사별곡, 처사가, 양양가는 5박장단으로 그리고 권주가는 장단없이 부른다. 가사의 창법은 대체로 가곡과 유사하지만 남창 가곡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속청을 사용한다거나 시조나 민속 예인들이 부르는 잡가, 서도 민요의 창법 등을 두루 섞어 부르기 때문에 가곡에 비해 소박한 멋이 있다.

언제부터 가사를 불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3·4조 또는 4·4조를 기조로 한 문학 형식으로서의 가사(歌辭)는 고려 말부터 형성되었다. 이것이 노래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실린 어부사를 근거로 볼 때 대개 16세기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현보(1467∼1555년)가 지은 어부사 외에 12가사 범주에 드는 가사의 사설은 『고금가곡(古今歌曲)』,『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가곡원류』(1876년) 등의 노래책에 실려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하규일, 임기준 등의 가객이 이왕직아악부와 여성 음악인을 양성하던 권번 등에서 가사를 가르쳐 12가사의 전통을 이었다. 이 시기에 하규일은 노래 학습교재인 『가인필휴(歌人必휴)』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12가사 가운데 춘면곡, 백구사, 황계사, 죽지사, 어부사, 길군악, 상사별곡, 권주가 등 8곡만 실었으며 이왕직아악부의 학생들에게도 이 8곡만 가르쳤다. 그 밖에 처사가, 양양가, 수양산가, 매화가 등 4곡은 임기준이 가르쳐 12가사의 전통을 잇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2가사를 '하규일 전창 8가사'와 '임기준 전창 4가사'로 구분하기도 한다.

12가사는 '시조와 달리 대중적인 노래가 아니고, 일관된 전통 밑에서 공력을 쌓아 올려야 하는 예술이며, 이를 옛 전통대로 부르는 이가 적어 소멸할 우려가 있어'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하고 첫 번째 보유자로 이주환(1909∼1972년)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일년 만에 이주환이 타계하자 이병성에게 배운 정경태(1917년생)와 이주환에게 배운 이양교(1928년생)가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김호성(1943년생)과 황규남(1947년생)이 각각 보유자 후보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