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강물이 될 때까지

신경숙의 첫 소설집「강물이 될 때까지」가 새로 나왔다. 90년 고려원에서 출간되었던 「겨울 우화」의 내용 일부를 수정하고, 일부 작품의 제목도 바꾸어 달았으며(「지붕과 고양이」를 「지붕」으로, 「밤고기」를 「初經」으로), 작품 배열도 손을 보았다.
93년 두번째 소설집「풍금이 있던 자리」를 발표하면서 90년대 한국 소설문학의 최전위로 나선 신경숙은 이후 장편「깊은 슬픔」(94년) 「외딴 방」(95년)을, 소설집「오래 전 집을 떠날 때」(96년)를 펴내며 90년대 한국 문학의 '신화'를 일구어냈다.
데뷔작「겨울 우화」를 비롯해 이번에 새로 펴낸 첫 소설집에 실린 11편의 단편들은 80년대 후반에 씌어진 작품들로, 공허한 거대 서사에 맞서서 소설 미학의 정도를 찾아가는 작가 신경숙의 예술가적 정열을 뜨겁게 전해준다.
개인이라는 존재의 가련함을 일깨우고 배려와 사랑의 윤리를 희구하면서, 일상의 사막으로부터 경이의 시와 죽음의 비극을 건져올리면서 현대인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간절한 실존적 요구에 응답한다. 현대적 실존과 접촉한 신경숙의 서정적인 문체는 서사를 불신하는 시대에 소설이 살아갈 길을 밝게 비추어준다.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저자는 85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90년 첫 소설집 「겨울 우화」를 비롯해 「풍금이 있던 자리」「깊은 슬픔」「외딴 방」「아름다운 그늘」「오래 전 집을 떠날 때」등의 작품을 펴냈다.
이민주<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