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전혜린

죽 은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 신화 속의 잊혀지지 않는 주인공처럼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 전혜린이 바로 그렇다.
1965년 1월10일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난 전혜린은 사후 33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글과 추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젊은 영혼들에게 ‘이데(idee) 의 受精’작용-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사람 속에 내재한 창조적 불씨에 불을 붙이는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작용의 하나로 1982년 출간된 이래 계속해서 새로운 젊은 독자들에게 안일한 부르주아적 질서에 도전하는‘ 전혜린像’을 심어주며, 삶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하고 고뇌에 찬 삶의 자세를 일깨워주고 있다.
‘일상적인 나’대신 ‘본질적인 나’, 무의식의 삶 대신 의식된 삶, 세속에 적당히 타협하는 처세훈 대신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전혜린은 “절대로 평범해서는 안 된다”던 어린시절의 맹세처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며, 그녀의 이러한 삶에 대한 자세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생활을 시작하면 곧 등장할 내 속의 속물을 미리 공포스럽게 혐오하자. 언제나 너 자신이어야 한다. 아무 앞에서도 어디에서도.”라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전혜린 자신이 쓴 글(수필, 편지, 일기 등), 그리고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의 의견과 그녀에 관한 글이 이 평전의 토대가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료이다. 저자는 전혜린과 5년 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 시기는 전혜린 생애의 최종 시기로서 그녀의 학문과 사상이 가장 성숙했던 때였다. 게다가 저자는 전혜린이 죽기 전날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저자는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전혜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하면 전혜린 자신의 입-그녀가 쓴 ‘내밀의 일기’와 그밖의 글들-을 통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강미례<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이덕희 지음 ★ 작가정신 ★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