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불꽃의 자유혼 허난설헌

조 선시대 유교의 여성억압에 저항하며 살다 꽃다운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시인 허난설헌의 생애와 문학을 기린 소설 '허난설헌'이 나왔다.
조선시대 전형적인 두 여자 신사임당과 황진이가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로 분류된다면 허난설헌은 당대의 여성윤리에 저항한 '나쁜 여자'일 것이다. 독일 여성들의 삶을 통해 국내 여성문제를 진단한 책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를 통해 '나쁜 여자'의 소중함을 피력했던 김신명숙(39)씨가 4백년의 단절을 딛고 난설헌의 생애와 만났다.
페미니스트 전문지 '이프'의 편집위원이기도 한 김신명숙씨는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부녀로 그 철옹성 같았던 남성중심체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선배 여성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벅차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난설헌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명성을 떨쳤던 오라비 봉이나 동생 균보다 시격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홍길동전'등을 통해 '혁명적 이단아'로 불린 균 못지않게 저항과 파격의 삶을 살았다. 그녀가 죽은 뒤 동생 균이 편집한 시집 '난설헌藁'는 당시 중국에 전해져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한다.
시어머니와의 불화, 남편과의 마찰, 두아이의 죽음등으로 고통스러워하던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연꽃 스물일곱송이 붉게 떨어지니/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는 시를 남기고 죽었다. 자신의 시는 모두 불태우게 했다한다. 이런 그녀의 삶은 이문열의 '선택'에서 '양가의 규수에게는 아무런 참고가 되지 못한'삶으로 묘사됐다.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부기자>

김신명숙 지음 ★ 도서출판 금토 ★ 각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