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캘린더

달 력 개정을 이유로 '열흘간의 폭동'이 일어났다면 믿을 수 있는가. 서기 1582년 10월 4일, 로마 바티칸의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달력개혁을 선언했다. 기원전 45년, 율리우스 시저에 의해 사용되던 종래의 율리우스력(曆) 으로라면 10월5일이어야 할 날이 그레고리력으로는 10월 15일이 되었던 것.
유럽의 가톨릭지역에선 새 달력을 즉각 수용했지만, 신교쪽은 '잃어버린 열흘'을 돌려달라며 폭동을 일으켰다. 그 후로도 신교는 새 달력에 대한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아 무려 수백년 동안이나 비슷한 지역에서 두개의 다른 날짜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아가 영국은 170년이 지난 후에야 그레고리력을 공식채택했고, 불가리아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발틱3국은 1910년대에 들어서야 옛 달력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다.
기자출신의 문화비평가 데이비드 유잉 던컨이 쓴 '캘린더'(The History of Calenbar)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의 발달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과거에 3월24일이 새해의 첫날이었던 이유, 부활절을 비롯한 기독교 성일의 계산과정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있다. 고대 원시시대부터 그리스-로마시대, 중세유럽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1만3천년이 넘는 동안 완벽한 달력을 갖기 위한 현인들의 노력과 수고가 역사적 사실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밀레니엄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 20세기 마지막 해는 실제로 2000년인데 1999년으로 인식되는 혼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기원전에서 서기로 넘어오는 연대흐름에 0년이 없었던 데서 비롯한다.
저자는, 천년전 이맘때 프랑스의 수사(修士) 아보가 AD(서기)연대 사용에 대한 새로운 제안으로 0년을 하나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냥 묵살됐던 사실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 이후로 또다른 천년이 지난 지금, 0년을 다시 그레고리력에 넣을 수 있을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신이 아닌이상 어느 누가 지나온 천년을 기억하여 새롭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데이비드 유윙 던컨 지음 ★ 신동욱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5,000원 ★ 3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