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화첩기행

작 년 '4백년만의 귀향'이라는 이름으로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본 심수관家 도예전이 있었다. 새삼 '한 민족의 문화'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이렇게 맥을 이어가고 뿌리를 찾기도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화가 김병종(서울대 미대교수)의 '화첩기행'을 정독하면서 떠오른 첫번째 단상이다. 마땅히 후학 예술가의 이름으로 해야 할 작업이, 이제야 임자를 만난 것이리라. 이 땅에서 나고 죽은 비운의, 불멸의 예술가들이 무릇 기하일까? 그들은 지난한 삶과 지순한 예술사이에서 '예술의 혼'을 불태우기 위해 또 얼마나 투쟁을 하고 삶을 마치고 앞으로도 그런 삶들을 이어가고 있을까? 화가 김병종은 '화첩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희한하게도' 그들의 삶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
그의 또 하나의 무서운 장점인 '탄탄한 필력'으로. 유홍준의 밀리언셀러 '문화유산답사기'로 인하여 '국토 전체가 문화재'인 것을 알았듯이,김병종의 '화첩기행'으로 전국 고고샅샅에서 예술의 꽃을 피운 선인(先人)들을 만난다. 그의 멋진 그림과 함께. 그가 쓰는 것은 기실은 '그들의 묘비명'이다. '전국토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로 차있었다니...'라고 찬탄을 하게 만든다.
'이난영과 목포' '강도근과 남원' '서정주와 고창' '이매창과 부안' '김삿갓과 영월' '이효석과 봉평' '나운규와 서울' '남인수와 진주' '정지용과 옥천' '김정희와 제주' '최북과 구룡연' '최익현과 금강산' '이중섭과 제주'...부제만 봐도 금방 읽고 싶게 만든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 땅은 풍류의 땅'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한(恨)의 민족, 그 정서를 잘도 풀어낸다. 윗대의 예술가들에 대한 듬북듬북 애정을 가지고, 일실돼가는 문화의 흔적을 가슴 아파하면서, 예(藝)의 길을 간다. 그 길은 가도가도 끝없을 전라도 황톳길일 수도 있고, 호화 유람선을 타고 금강산관광을 가듯 가슴 부푼 길도 될 것이다. 그의 앞으로의 장도(壯途)에 복숭아꽃이라도 마구 마구 뿌려주고 싶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김병종 지음 ★ 효형출판 ★ 9,500원 ★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