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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외 르포 / 美 포르노사이트 박람회
부스마다 노출 경쟁 “어휴 낯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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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약 ‘포르노 국제 박람회(엑스포)’가 열린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재즈의 도시’로 유명한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실제로 ‘포르노 사이트들의 축제’가 열렸던 것. 물론 행사 이름은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이라고 점잖게 둔갑했다. 지난 5월31일부터 6월3일까지 뉴올리언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이 박람회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참여한 성인 웹진 ‘AV 뉴스’(www.av-news.com) 관계자의 참관기를 싣는다. <편집자>포르노그라피 하면 먼저 청계천을 떠올리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다. 포르노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정식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사이버 넷 엑스포 2000’박람회는 이런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행사였다. 수익 모델로만 따진다면 가장 완벽한 체계를 갖춘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포르노 사이트들. 포르노사이트 웹마스터들과 예비창업자, 그리고 포르노 배우들의 축제인 이번 행사에는 57개의 온라인 섹스산업 업체와 10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그들의 현재와 미래가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눈요기 이벤트들이 주류를 이루는 다른 포르노 박람회와는 달리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이 ‘전반기 어덜트덱스(adultdex)’에서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으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이런 특징을 반영하려는 노력 때문이었다.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열릴 예정인 ‘하반기 어덜트덱스’는 오는 1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포르노 비즈니스의 場 자리매김 한국에서는 포르노가 금지된 영역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조차도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포르노 산업은 합법적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포르노 산업 역시 성(性)에 대해 보수적인 세력과 포르노 반대론자들의 공세로 골치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포르노 사이트 업자들은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공동대처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은 포르노 사이트 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마케팅과 비즈니스, 그리고 사업상 난제 해결이라는 복합적인 의도가 낳은 행사였던 것이다.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에서 마련된 워크숍 주제에는 이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크레디트 카드 처리방법’‘관련 법률’‘유료사이트 관리’‘틈새 시장 개척’등 포르노가 산업화하는 데 가장 절실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결재대행 시스템’과 ‘법률적 문제’에 쏠려 있었다. 온라인 포르노 산업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은 대략 두 가지. 하나는 포르노 콘텐츠를 유료로 운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섹스 관련 용품이나 포르노 잡지와 비디오 등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인터넷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결재대행 시스템에 사활이 걸려 있다. 따라서 워크숍에서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은 결재대행 업체에 10%가 넘는 수수료를 한자릿수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 때문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어쨌든 포르노 사이트가 번창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곳은 결재대행 업체와 웹호스팅 업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온라인 포르노 산업은 인터넷 환경에서 주식과 함께 유일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 등 해외 온라인 포르노업계는 일찌감치 전형적인 산업구조를 갖췄다. AVN(adult video news)과 같이 포르노 사이트를 검증해서 매년 각 분야의 우수 사이트를 골라 시상하는 웹사이트가 자리잡았는가 하면, IEG처럼 포르노 사이트만으로 연간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포르노 재벌’도 등장했다. 그러나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한다고 해서 모두 떼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포르노 사이트들끼리 역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특히 웹호스팅 비용이 한국에 비해 비싸고 밴드위치(접속수당 호스팅 비용이 상승하는 제도)가 적용되는 환경에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한 지 6개월 됐다는 조셉 켈리(41)는 워크숍 참석 후 “백만장자의 꿈이나 몇 백만명의 히트 수를 운운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 같다”면서 “경쟁도 너무 치열하고 운영비도 많이 들어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빌링업체와 호스팅 회사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불만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박람회에는 새로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하기 위해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포르노 콘텐츠를 박람회 현장에서 구입하는가 하면 웹호스팅 업체 부스에서 상담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호 비즈니스’로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해보기로 했다는 텍사스 출신의 제프 노버(38)는 이번 박람회에 창업자금으로 4000달러를 준비해 왔다고 했다. 그는 “포르노 사진가 블루스 젤의 작품을 CD로 6장이나 구입했는데 그 비용만 800달러가 들었다”면서 “이미 포르노 사이트를 하기엔 늦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독특한 콘텐츠를 추구하면 살 길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법률적 제약이 최대 장애물 포르노 산업의 최대 골칫거리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법률적인 제약이다. 미국은 포르노 천국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때문에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은 워크숍에서 한결같이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들이 지적한 내용 중에는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단속하려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와서맨 앤드 월터스 법률 사무소’의 데이빗 와서맨 변호사(35)는 “개인 포르노 사이트가 기업적인 포르노 업체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가 그것을 단속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떤 상황에서든 표현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포르노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면서 “온라인 포르노 산업은 다른 인터넷 벤처업체들과 똑같이 보호받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람회는 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역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각 부스마다 동원된 포르노 여배우들. 인터넷 결재대행 업체들과 웹호스팅 업체, 그리고 링크로 먹고사는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운영자들은 저마다 사이트 운영자를 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각 업체의 부스에 있는 포르노 여배우들은 노출 경쟁을 벌였다. 또한 박람회 기간 뉴올리언스에서 소문난 유흥가인 버본 스트리트에 있는 토플리스 바에서는 매일 밤 파티가 열렸는데 술과 안주 모두 스폰서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파티였다. 여기엔 EPOCH, IBILL, CCBILL, RJB텔레콤, CYBER EROTICA 등 세계적인 인터넷 성인업체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은 분명 미국 중심의 행사였지만 동양인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물론 그들 역시 미국인이었지만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에 비해 한국 등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박람회장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아시안 플레이어’라는 동양계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하는 부스였다. 그곳엔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검정색 가죽 토플리스를 착용한 동양계 포르노 배우가 세 명 참여했는데 놀랍게도 두 명이 한국인 여성이었다. ‘키카우’라는 예명을 가진 배우(다른 한 명은 이름 밝히기를 거부)는 “한국에서 온 사람을 이런 행사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 “한국은 포르노가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느냐”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녀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에 방문해 달라며 인터넷 주소를 적어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한국인 포르노 배우도 2명 참여 이번 박람회에서는 또 한 명의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는 순수하게 한국에서 사업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보안 솔루션 개발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모씨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고질적 문제인 아이디와 패스워드 해킹, 그리고 콘텐츠 도용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팔기엔 포르노 사이트가 적격이다. 그래서 시장을 개척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사회악으로 공격받고 있는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들의 콘텐츠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한국에서 판매하러 왔다는 사실이 역설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포르노 사이트는 유관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버젓한 기업으로 성장해 버렸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상 도덕이나 ‘아우성’(아름다운 성)만으로 포르노 산업을 막아내기엔 힘겨운 한계에 이르렀다. 또한 그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특히 해외 포르노 산업의 적극적인 공세에 대한 국내 성인문화 시장의 방어 문제도 인식할 때인 듯싶다. 인터넷은 ‘신쇄국정책’이 통용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ISP(인터넷 접속서비스)업체나 차단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포르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외화가 해외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젠 우리도 포르노를 문화로, 그리고 산업으로 다시 봐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컴덱스 행사에 참여를 요청했다가 저질문화가 침투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라스베이거스 한 구석에서 시작했던 포르노 박람회는 불과 5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1년에 4개의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작년에는 어덜트덱스 관람객이 컴덱스 인파를 초월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포르노 산업의 양적 팽창과 영향력이 인터넷 어느 분야보다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신에 의하면 세계적인 방송사들까지 인터넷과 유선 채널에 포르노 콘텐츠를 보강하는 문제를 최근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포르노 시장은 우리 정부의 ‘보호’ 아래 송두리째 해외 사이트의 수중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 시기는 해외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거세질수록 앞당겨질 것이다.
<뉴올리언스=글·사진/ 이명구·AV뉴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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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온라인 포르노 산업 황금시장”
‘사이버 넷 엑스포 2000’에 참여한 ‘온라인 크레디트 코포레이션’의 세일즈 담당 안토니오 헤난데즈는 한국에서의 포르노 산업의 성공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술 더 떠 “한국에서 포르노 사이트는 불법이지만 시스템을 모두 해외에서 운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들이 보유하는 노하우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참여 업체들이 한국의 온라인 포르노 시장에 대해 높은 관심과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 이런 인지도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몇몇 한국 포르노 사이트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해외 모 포르노 사이트에서 접속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한 ‘호색 국가’라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미국 등 포르노가 산업으로서의 합법성을 인정받고 있는 국가들의 업주들은 이미 자국민을 상대로 한 시장이 포화와 과열 경쟁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최근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가, 업종을 불문하고 결재대행 시스템을 제공하는 빌링 업체나 서버를 임대해서 이용료를 받는 호스팅 업체들은 인터넷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포르노가 불법인 국가의 음성 사이트들을 적극 유치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또한 해외 유명 포르노 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어 등을 포함한 다국어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포르노에도 국경은 없다. 해외의 포르노 업체들은 한국의 인터넷 발전 수준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어쩌면 이중적일지 모르는 한국인들의 성 의식이 역설적으로 해외 포르노 업체들의 한국 공략을 보다 손쉽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이번 박람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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