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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점기획 /쉬/운/수/능/…/이/제/는/논/술/과/면/접
“꾸밈없이 내 생각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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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 9시30분 초조한 마음으로 서울대 강의실에 도착. 온몸이 떨린다. 챙겨온 언론정보학 관련 자료를 뒤적거려 보지만 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0시45분, 드디어 첫 수험생이 호명됐다. 내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긴장이 풀려 졸음이 밀려온다. 갑자기 “방현영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조교를 따라 면접실로 갔다. 또 기다림. 면접실에 들어가니 책상 위에는 종이와 펜이 놓여 있다. 조교가 다가와 문제를 뽑으라며 상자를 내민다. 그냥 아무거나 종이를 집었더니 5번. 무슨 문제일까? 조교가 5번 봉투에서 문제를 꺼내 보여준다. “PC네트워크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이익은 무엇이며 폐해는 무엇인가?” 앞 수험생이 면접하는 동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메모를 해서 가지고 들어가도 된단다. 메모를 시작했다. 네트워크 게임의 특징：△경쟁자의 범위 확대-무한 공간 속에서 다양한 대결상대를 만나게 해준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혼자 만족해야 했던 기존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줌. △게임 질 자체가 높음-다양한 경쟁자가 공존하여 대결할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하므로 그 게임이 추구하는 공간이 광범위하며 참여자를 폭넓게 수용해야 하는 유연성. 청소년의 특징：감성적 행동특성이 발달하여, 재미있는 것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강함. 무한 경쟁이 주는 새로운 재미를 가진 네트워크 게임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함. 이익：다양한 대결상대를 접함으로써 대결력, 생존력을 쌓게 해줌. 네트워크 상에서의 상상력 발휘로 놀라운 경험과 만남이 가능. 폐해：집착은 청소년 시기에 경험하고 쌓아야 할 인문적 교육기회를 소멸시킴. 사회 현실감각의 상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청소년 교육의 핵심이다. 다음은 실제 면접 상황이다. 수시모집에서만 요구되는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부분을 생략하고 나머지 면접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편의상 A교수, B교수, C교수로 표기한다.
A：‘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었다고? 어떤 내용이 감명 깊던가? 면접이 끝난 뒤 참 허탈했다. 나의 모든 것에 관심을 집중해주는 교수님들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들은 단 몇 분의 대화만으로도 나의 본모습을 모두 파악해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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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양과의 일문일답
“준비하는 사람은 오래 이야기하겠다는 욕심을 내거든요. 그러나 교수님들은 어느 특정 학생에게 긴 시간을 배분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면접을 본 학생들은 교수님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되죠. 하지만 질문자의 모든 반응에 대해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수님들은 그 부분을 평가한다고 생각해요.” 면접 전 시사 문제는 어떻게 준비했나. “사회과학을 공부할 학생에게 사회이슈에 대한 견해 정립과 분석력은 필수잖아요. 저는 그 부분이 취약해서 인터넷을 많이 활용했죠. 우선 무엇이 최대 이슈인지 개요를 아는 데 인터넷이나 PC통신의 시사토론방이 도움이 됐어요. 개인적으로 ‘이슈투데이 사이트’를 이용해 큰 제목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대강 살펴보고, 거기에 대해서 나는 어떤 의견을 가졌는가, 찬성인가 반대인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하는 식으로 논리구조를 만들어갔죠. 방송토론 프로그램의 방영대본들을 살펴보기도 했어요. 의약분업이라든지 러브호텔 문제, 주5일근무제, 외국인학교 개방, 엽기문화의 유행 등이 기억에 남네요.” PC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질문은 예상문제에 있던 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역시 면접은 외워서 준비하는 게 불가능함을 알았죠. 사실 제 동생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해서 재미로 몇 번 해봤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죠.” 면접에서의 시선 처리는? 긴장하게 되면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운데…. “어릴 때 꿈이 아나운서여서 시선정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면접에 들어온 교수님이 세 분이셔서 번갈아 쳐다보며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눈이 마주치려 할 때는 기분이 좋았구요. 하지만 시선 처리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나의 생각을 최대한 성실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의 속도는 느려지고(긴장하면 말이 빨라지기도 하거든요)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는 제스처도 저절로 들어가더군요. 집에서 연습할 때는 벽을 마주보고 교수님 얼굴을 상상하면서 했어요.” 논술과 달리 면접은 배울 곳이 없는데 조언해준 사람이 있었는가. “인터넷 사이트(http://www.unidream.co.kr)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각종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시사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까지. 그것을 바탕으로 혼자 준비했죠. 사실 면접의 성공은 자신감이라고 봐요.” 면접관은 2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알고자 했다고 생각하나. “교수님들은 학생의 지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현상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거기에 대해 청소년다운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정립해가는 사고과정이 균형잡혀 있는지, 그것을 자신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 알고자 하시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괜히 어설프게 꾸미기보다 그냥 내 언어로 내 생각을 내 방식대로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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