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방송사가 개고기를 팔고 있다고 오보를 내는 바람에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재미교포 할머니가 국내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졌다. 이 할머니는 최근 이 방송사가 오보를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제안한 상태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중 유명을 달리해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3일 낮 12시1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역 국철 승강장에서 뉴욕 플러싱 한인타운에서 나루터 식당을 경영하는 박창순씨(63여)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나루터는 뉴욕주의 김씨농장과 함께 워너브러더스 방송(WB11)이 2001년 11월 몰래 카메라를 동원, 네 차례에 걸쳐 한인들의 개고기 식용 관습을 보도하면서 개고기 파동의 표적이 됐던 곳. 이 방송은 당시 김씨농장이 개고기를 공급하고 나루터는 이를 원료로 보신탕을 만들어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뉴욕주 농무국이 2001년 12월7일 두 곳 모두 개고기를 팔지 않았으며 김씨농장의 경우는 코요테를 판 것이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 보도로 심장병 증세가 악화되어 있던 박씨는 친정 어머니(95)의 병세가 악화되자 지난달 잠시 귀국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 체류중인 박씨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김씨농장의 업주 김주호씨가 개고기는 전혀 취급하지 않았다며 7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데 대해 이달 6일 WB11측이 오보를 인정하고 합의를 제의한 것.
병원 관계자는 박씨의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로 나타나면 박씨가 스트레스 때문에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사인이 심장마비로 나올 경우 WB11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