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임신을 막기 위한 콘돔의 역사는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000년 전에 이집트인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콘돔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로마인들도 염소 방광을 콘돔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중국인들은 기름 바른 실크를 사용했다. 다루기 쉽고 널리 사용되는 대중적인 콘돔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고무 콘돔이 개발되면서부터.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도 피임을 위해 콘돔을 애용했다고 한다.
콘돔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이 기구를 처음으로 고안한 영국 찰스 2세(16301685)의 궁정의사의 이름 콘돔에서 유래됐다는 속설이 있다. 찰스 2세는 매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의 개발을 궁정의사에게 지시했다. 궁정의사는 양의 내장에 기름을 바른 씌우개를 고안했다. 그러나 그릇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콘두스(condus)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이달부터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했다. 텔레비전 광고에 콘돔이 등장한 것은 처음. 세계에는 4000만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있고 한국에도 2100여명이나 된다.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를 포함하면 5000명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에이즈퇴치연맹은 선뜻 입에 담기 쑥스러운 콘돔 대신에 우리말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응모한 이름에는 고추장갑 고깔모자 똘똘이 코트 안심이 지킴이 등 재미난 이름이 많다. 장갑은 손에 끼는 것이니 발에 신는 장화가 어떨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에이즈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강제한 보건증 제도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성매매 금지로 보건증 제도가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17일부터 발매되는 신동아 11월호 인터뷰에서 보건증 제도 폐지에 따른 에이즈 확산을 우려하자 콘돔 사용을 강조했다. 에이즈 감염 위험성이 있는 섹스를 하면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지 장관이 미니스터(장관) 콘돔이 될 모양이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