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일본 정부에 검정을 신청한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조선인들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기술하는 등 식민통치를 미화, 왜곡하는 내용을 대거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경우 2001년 거세게 불붙었던 역사왜곡 교과서 파동이 4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교과서는 우익계열 출판사인 후소샤()가 지난해 4월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것으로 공민교과서와 역사교과서 두 종류. 다음달 초 검정을 통과하면 올해 8월까지 학교별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사용된다.
후소샤 역사교과서 신청본은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별도 칼럼을 통해 일제 식민지 통치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현행 교과서에 있는 식민지에 의한 고통과 희생을 조선 인민들이 강요당했다는 부분을 삭제했고, 1910년 한일강제합방을 조선인 중 일부가 수용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일제의 강제동원에 대해 전쟁 말기에 징용징병제가 확대 적용되었다고만 기술했을 뿐 강제연행 및 군대위안부 관련 내용은 없애 버렸으며 19세기말 조선을 중국의 복속국으로 기술했다.
후소샤 공민교과서 신청본은 앞부분에 독도의 전경 사진을 추가하고 한국과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라는 설명을 달았다. 교과서 본문에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돼있다.
한국 정부는 후소샤 교과서 신청본이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의 독도 영유권 분쟁에서도 드러났 듯이 종전의 조용한 대일()외교 기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할 말을 하는 적극적인 외교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어서 주일 대사를 소환했던 2001년보다 더 강경한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외교통상부 이규형() 대변인은 11일 신청본이 자국 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인근국의 역사를 폄하하고 있는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구성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새역모 교과서 신청본이 2001년판보다 더욱 개악됐다며 왜곡 날조된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일본 전국에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청본은 1931년 일본군이 일으킨 만주사변에 대해서도 중국내 배일()운동이 원인이라는 식으로 기술하는 등 중국과 관련된 역사도 많이 왜곡, 중-일 간에도 심각한 외교분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