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은 7일 무거운 발걸음으로 고성()에 들어섰다. 18세기에 지어진 성을 개조한 최고급 호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호텔 안에는 현지 독일인으로 가득 찼다. 2000여 명의 환영 인파. 한국인보다 독일인이 훨씬 많았다. 교민 수는 400여 명.
최종 평가전으로 치른 가나전 패배와 고된 훈련으로 다소 사기가 떨어져 보이는 대표팀을 독일인들은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로 맞았다. 흰 종이 위에 직접 태극기를 그려 온 어린이, 독일 전통 복장을 한 채 대형 태극기를 들고 온 이도 있었다. 안정환 이영표 등 선수들의 대형 사진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한복을 입은 교민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시끌벅적하면서도 흥겨운 풍경을 연출했다.
대표팀이 묵는 곳은 독일 쾰른 인근의 소도시 베르기슈 글라트바흐. 클라우스 오트 시장은 매우 오래된 성이지만 유령이 나온 적은 없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농담을 한 뒤 시장으로서 우리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한다. 한국과 독일이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환영사를 했다.
인구 10만여 명의 소도시인 이곳에 독일인들이 대거 몰려 온 것은 시 당국에서 이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 축구를 좋아하는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찾아온 외국 대표팀을 마치 홈팀을 응원하듯 따뜻하게 맞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 준 강렬한 인상 때문에 호감이 더했다.
볼프강 카사프(47) 씨는 2002년 4강전에서 한국과 독일이 만나지 않았나. 당시 미하엘 발라크가 골을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원정 경기다. 하지만 한국팀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독일 팀에 대해서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8강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은근히 자부심을 보였다. 독일인들은 한국 선수들의 사인회에 참석해 많은 사인을 받아 갔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환영 인파를 향해 2002년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