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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생 발명왕들

Posted August. 02, 200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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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지자 닷컴에 빗대 와트컴(에너지 기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력의 단위인 와트는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에서 따온 것이다. 와트는 기존 증기기관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 연료(석탄)를 획기적으로 절약했다. 채탄에만 쓰이던 증기기관을 배(증기선)와 열차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게 해 산업혁명의 견인차로 만들어 냈다.

발명은 관찰과 영감의 산물이지만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남을 위한 배려가 함께해야 한다. 찬송가집에 붙여 놓은 종이쪽지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보고 포스트잇을 생각해 냈듯이, 내가 조금만 머리를 쓰면 남들이 그만큼 이롭고 편해질 것이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뚜껑이 엉성하게 닫힌 병에 든 소다수를 먹고 복통을 일으킨 미국의 한 농부가 왕관 모양의 병뚜껑을 만들어 낸 것도 그런 경우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의 어린 수상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상을 받은 김진훈(경기 이곡초 6년) 군은 친구들이 모형항공기를 정확히 조립하는 데 애먹는 것을 보고 조립용 부품측정기를 개발했다. 국무총리상 수상자인 고광욱(서울 을지초 5년) 군은 청소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이중 유리창을 한꺼번에 닦을 수 있는 자동청소기를 개발했다. 금상 수상자 김정운(대구교대부설초 5년) 군은 손을 닦을 때 수건이 떨어지지 않게 잡아 주는 수건걸이를 만들었다.

이 밖에 시각장애인용 식판, 키에 맞춰 컵을 뽑을 수 있는 자판기, 자동 감김 휴지걸이, 환기방범 겸용 창문, 세워서 들 수 있는 계란 판 등의 수상작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상상력과 아름다운 배려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임스 와트에게는 후원자가 있었고 끊임없이 기술과 지식에 대해 영감을 준 많은 사람이 있었다. 우리의 장한 학생 발명왕들에게도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곧 과학 한국, 기술 한국의 미래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