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는 34억 달러로 저조한 반면 국내 기업과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그 3배인 103억 달러나 됐다. 현 정부 들어 덜 들어오고 더 나가는 추세가 이어져 작년엔 73억 달러의 투자 순()유출로 돌아섰고 올해는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한국의 투자환경이 열악하고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쌓아둔 채 투자할 생각을 안 하고, 해외에 투자한 기업들은 국내로 유턴할 뜻이 더더욱 없다. 이런 마당에 외국 기업들에 한국으로 오라고 손짓하기도 멋쩍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지낸 미국인 스티브 모건 씨는 외국 기업에 한국 투자를 권유하면 왜 한국이냐고 반문한다고 전했다. 중국 인도 베트남 같은 나라보다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왜 유리한지를 설명하려면 누구라도 진땀깨나 흘려야 할 형편이다.
내수 경기 부진, 거미줄 같은 정부 규제, 국내외 자본을 가리지 않는 반()기업 정서가 투자의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 등 정치 논리가 짙게 밴 정책에만 골몰하고 정작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자본 이탈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은 미흡하고 내수 회복이 더뎌진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로 나간 자국() 기업들을 유턴시킨 일본의 정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일본 정부는 기업 편에 서서 행정규제를 대폭 없애고 세제 지원을 확대해 성과를 거두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내일 퇴임하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기업투자 부진을 걱정하면서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가 잘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며칠 전 물러난 진동수 재정경제부 2차관도 시장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강조했다.
친()시장적 경제정책이어야만 돈이 국내에서 활발히 돌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투자의 기본 논리를 숫제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외면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