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말 조선에서 만든 휴대용 별시계 아스트롤라베가 일본에서 발견돼 최근 국내로 돌아왔다.
과학사학자인 전상운 문화재위원은 1787년에 제작된 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가져갔던 아스트롤라베를 구입해 얼마 전 한국으로 다시 가져왔다고 6일 밝혔다.
아스트롤라베는 별의 위치와 시간, 경도와 위도를 관측하는 휴대용 천문기구를 말한다. 조선 전기 제작된 거대한 혼천의()가 고정용 천문관측기구라면 아스트롤라베는 휴대용 천문기구에 해당된다. 고대 이후 아라비아에서 주로 제작했으며 동아시아에서 제작한 것으로는 처음이라는 것이 전 위원의 설명이다.
전 위원이 되찾아온 아스트롤라베는 지난해 말 일본에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 유물을 조사한 일본 도시샤()대 미야지마 가즈히코 교수는 1930년 대구에 살던 일본인이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아스트롤라베는 놋쇠로 만든 원판형(지름 17cm)으로 아라비아 것과 비슷하다. 전 위원은 19세기 이전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아스트롤라베는 지금까지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찾아온 것은 동아시아의 유일한 아스트롤라베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롤라베의 앞면 위쪽 고리엔 (표암 윤선생 제), 뒷면 위쪽 고리 부분엔 (북극출지38도) (건륭정미위)라고 새겨져 있다. 윤 선생(또는 그의 제자)가 정미년(1787년)에 만들었다는 뜻이며 북극38도는 한반도 위도를 가리킨다.
원판 앞뒷면엔 다양한 동심원과 호(), 동서양의 별자리와 절기 이름을 새겼다. 앞면 가운데 갈고리 모양은 별의 방향을 표시해 놓았고 이 중 특정 별을 하늘에 있는 실제 별에 맞추면 그 시간과 다른 별의 위치, 태양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아스트롤라베를 살펴본 이용복(천문학) 서울교대 교수는 이렇게 정확한 휴대용 별시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그만큼 중요한 과학 문화재이라고 평가했다.
전 위원은 이 아스트롤라베를 좀 더 연구한 뒤 박물관 전시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