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시설 등을 운영하던 김모 씨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123억 원의 유산을 남기고 2003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유산은 은행 금고에 맡겨졌으며 며칠 뒤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본인 명의의 전 재산을 연세대에 한국 사회사업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는 내용과 날짜, 주소,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 씨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게 논란의 불씨가 됐다.
연세대는 자필 유언장을 근거로 유산은 학교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의 형제 등 유족 7명은 김 씨의 유산은 학교 재산이 아니다며 2003년 12월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날인이 빠져 있다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06년 9월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123억 원의 기부금을 날리게 된 연세대는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동양문화권인 한국에선 법률행위를 할 때 도장을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며 자필 유언은 위변조의 위험이 큰 점에 비춰볼 때 서명과 날인을 모두 요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관 9명 중 8명은 이 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김종대 재판관은 오늘날 타인이 도장을 위조 사용하는 가능성이 커져 서명만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필 유언장에 날인까지 요구하는 것은 최소 침해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