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의 볼모로 노골적으로 활용하면서 개성공단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이 끝내 폐쇄될 경우 남과 북 중 누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될까.
남한의 피해=정부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개성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은 4500억 원가량을 생산설비와 인건비로 투자했다. 경의선, 동해선 철도 및 도로 개통과 물류단지 건설 등에 6580억 원, 공단 용지와 전력, 통신시설작업에 3118억 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관광사업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 말까지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시설투자비용은 3057억 원.
개성공단 관련 투자액 전체를 손실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프라 투자는 통일을 대비해 어차피 해야 할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 투자기업과 협력업체들의 동반 부도, 정세 불안과 국가신용도 하락 및 외국 자본 이탈 등은 개성공단 폐쇄의 후속 피해이다.
북한의 피해=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소득 3200만 달러, 개성관광 수입 1200만 달러, 금강산 관광수입 1800만 달러 등 모두 약 6200만 달러(약 920억 원)를 매년 포기해야 한다. 북한으로선 매우 큰 돈이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수출은 11억1160만 달러. 수출 순수익을 10%로 추정해도 북한은 대외무역으로 1억 달러 조금 넘게 벌 뿐이다. 더구나 북한 지도층으로선 경협 및 관광 대가는 직접 자신들의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알짜 소득원이다.
특히 3만7000명의 공단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개성 주민들에겐 생계기반의 상실을 의미하며 민심도 악화된다.
장기적으론 북한이 더 손해=숫자로 나타나는 단기 피해는 남한이 훨씬 크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규모가 남한의 3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900억 원은 상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뼈아픈 전략적 실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