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에서 최근 다른 민족과 벽을 허물고 살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다.
3일 뉴욕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케빈 김 후보(39)가 민주당의 텃밭인 한 선거구에서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해 낙선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의 한인들 사이에서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뉴저지 지역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한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특히 김 후보가 출마했던 뉴욕 플러싱(19선거구)은 뉴저지 지역에서도 한인이 가장 많이 몰려 있어 거대한 한인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한인 최초의 뉴욕시의원에 당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 후보는 1만2830표(47%)를 얻어 공화당 댄 핼로랜 후보에게 1300표 차로 졌다.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김 후보는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의 한인 1.5세로 한인사회가 거는 기대가 컸다. 뉴욕시의원은 자신의 선거구에서는 뉴욕시장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다. 그동안 한인들은 억울한 일이 있거나 민원이 있을 때마다 중국계 시의원을 찾아가 호소해야 했다. 한인 시의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인사회는 민주당 시의원 후보가 거의 당선되는 선거구에서 출마한 김 후보의 당선을 선거 수개월 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막상 김 후보가 낙선하자 한인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선거 직후부터 한인사회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텃밭 지역에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최초의 뉴욕시의원 배출에 실패한 것은 한인사회가 다른 민족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일정 부분 한인사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은 한인들은 영어가 서툴러 다른 민족과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식사도 한국식당에서 하고, 교회도 한인끼리 다닌다며 백인 등 다른 민족과의 벽을 허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민족은 한인들이 불법 유흥업소를 운영한다거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소란스럽게 떠든다는 등 한인사회에 불필요한 오해를 하고 있는데도 한인들은 오해를 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퀸스대 사회학과의 민병갑 교수는 아시아 소수민족 가운데 한인들만큼 스스로 고립된 민족은 드물다며 인구로 볼 때 아시아계 중에서도 중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에 이어 5위에 불과한 한인들이 영향력을 키워가려면 다른 민족과 소통하며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9선거구에서 한인의 투표율이 낮았고 김 후보가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막강한 단결력으로 영향력을 키워온 유대인처럼 한인들도 결집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