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어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고, 다자녀 가장의 정년을 연장하며, 세 번째 자녀에게 대학입시나 취업 때 혜택을 주는 저출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일견 파격적으로 보이는 제안들이 나온 것은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1.22명)이 경제위기의 여파로 1.0명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는데 필요하다면 다른 부문과 다소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밀고나갈 필요도 있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것은 아이들의 빠른 발달상황과 사교육 시장에 맡겨진 만 5세 아이들을 공교육 체제에 흡수해 유아교육비를 경감하는 차원에서 양육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이다. 그러나 조기취학 효과 분석, 교실증설 및 교사수급, 사회 조기진출에 따른 문제가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다자녀 가장의 정년연장이나 세 번 째 자녀에 대한 입시와 취업의 혜택도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선에서 추진돼야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부모의 양육비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프랑스처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길러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때다. 사교육비를 비롯한 양육비 부담으로 부모의 허리가 휘고, 양육의 짐이 전적으로 여성에게만 지워지며 출산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차별받는 사회에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저출산 대책은 실천 가능하고 실제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책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아이디어는 모두 모아놓은 백화점식이라는 느낌도 든다. 지식경제부 산하기관 중 60%가 직장보육시설 의무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김정훈(한나라당)의원의 조사결과는 기존의 저출산 대책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기입학 보다는 만 5세의 무상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의 협조도 절대적이다. 직장보육시설은 생산직 여성 근로자에게는 유용한 제도이지만 모든 분야의 근로자에게는 맞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를 부모의 직장으로 데려올 것이 아니라 부모를 집에 보내주는 탄력근무제가 더 유용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저출산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도 국가 안보도 기약하기 어렵고 국가경쟁력도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지혜와 역량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