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삼성전자 수원 본사의 지적재산권(IP)센터 임직원 400여 명은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판매 금지 가처분소송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현지 법인 및 법률 디자인 전문가들과 관련 회의를 하며 소송 준비를 하느라 전화도 받지 못했다. 전날인 10일 새벽(현지 시간 9일 오후)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애플의 삼성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로 삼성전자는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전역에서 갤럭시탭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이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독일 법원에서 우리에게 출석 요구나 변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판결을 내려서 애플이 가처분 소송을 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워낙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라 삼성전자는 외신 보도 이후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독일 법원의 판결이 왜 유럽 전역에서 효력을 갖느냐는 질문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유럽은 특허조약으로 묶여 있어서 한 국가의 판결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 언론은 특허조약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법적 근거는 특허가 아니라 디자인 문제였다. 특허와 디자인은 둘 다 지식재산권에 포함되지만 법적 근거는 다르다. 독일의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 씨는 트위터를 통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갤럭시탭의 유럽 전역 판매금지가 가능한 것은 이 판결이 커뮤니티 디자인 제도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뒤셀도르프 법원 판결문도 판결 근거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명시했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유럽연합(EU) 내의 상표와 디자인에 있어서는 회원국 공동의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로 EU 산하 상표 및 디자인청(OHIM)에서 관리한다. 한 국가의 법원이 커뮤니티 디자인과 관련한 판결을 내리면 모든 회원국에 자동으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유럽 특허조약은 출원에서 심사까지의 과정을 간소하게 하는 조약이다. 개별 국가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가별로 특허청을 통해야 한다. 그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이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특허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우인 이창훈 변호사는 삼성이 애플에 소송을 건 기술 특허의 경우 내용이 복잡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반면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 법원에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처분을 내리고, 또 유럽 전역에서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1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11일 심리 신청을 낼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