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3일 장거리로켓 발사를 놓고 다양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투명한 인공위성 발사를 주장하며 전 세계 외신 기자들에게 발사기지와 로켓을 공개했지만 정작 당일에는 발사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이 로켓 발사에 최적 조건의 날짜도 아니었고 시한으로 정한 16일까지 여유가 있었음에도 발사를 강행했다.
외신 불러놓고 발사 땐 안 보여줘
북한은 8일 각국에서 초청한 외신기자 50여 명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까지 데려가 로켓과 발사대를 직접 공개했다. 로켓에 탑재될 인공위성도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로켓이 발사된 13일 평양에 머물던 기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북한은 이날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늘 시내 관광 일정이 있다고 연막을 폈다. 서울발 뉴스를 들은 기자들이 뒤늦게 발사 사실을 묻자 북한 우주과학위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며 부인까지 했다.
기자들이 머무는 평양 양각도호텔 미디어센터에는 전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지만 발사 땐 이 스크린은 켜 있지도 않았다. 발사 성공에 자신이 없었던 북한이 애초 생중계를 해줄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필 안개 낀 날 이른 아침에 강행
기상청 관계자는 동창리 기지와 가장 가까운 신의주 관측소에 따르면 13일 오전 7시 40분엔 시정 500m의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야간에도 로켓을 쏠 수는 있지만 기술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한이 처음 사용하는 동창리 발사대에서 굳이 안개라는 나쁜 기상조건을 무릅쓰고 발사를 감행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쏴 올리려는 인공위성 광명성 3호의 태양전지판 충전을 충분히 하려면 가급적 태양빛을 오래 받을 수 있는 낮 시간에 발사를 하는 게 유리하다. 1998년 광명성 1호는 낮 12시 7분에, 2009년 광명성 2호는 오전 11시 반에 각각 발사됐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에 발사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11일부터 로켓 상단부만 위장막으로 가리기 시작해 발사를 늦출 수 없는 기술적 결함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날짜가 사흘 남았는데도 서둘러 발사
북한은 지난달 15일 로켓 발사를 예고하면서 날짜를 이달 1216일 사이라고 밝혔다. 아직 사흘의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이날 로켓 발사를 감행한 것은 일단 이후에도 기상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14, 15일 동창리는 구름에 안개 낀 날씨로 13일과 비슷할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무엇보다 13일 오후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와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에 맞춘 축포 이벤트를 의식해 쫓긴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