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한국과 미국을 향해 대화를 원한다면 대북제재부터 철회하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화제의 성명을 발표한 이후 북한은 적대행위 사죄 전쟁준비 중단 같은 포괄적 요구를 해왔다. 제재 철회라는 구체적 조건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18일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의지를 보이라고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는 것 역시 도발이라며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다음과 같은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조치로는 모든 도발 중지 및 전면사죄 핵전쟁 연습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확약 남조선과 주변지역에서의 전쟁수단 전면 철수 등을 제시했다. 특히 북한은 1차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철회해야 하며 바로 거기에 우리에 보내는 선의의 실마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은 천안호(함) 침몰과 320 해킹사건처럼 제 집안의 불상사를 북(한) 관련설로 날조하는 모든 모략소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한국의 대화제의에 대해 외세와 결탁해 북침핵전쟁 책동에 미쳐 날뛰면서 사죄 한마디 없이 내놓은 빈말에 불과하다며 그 따위 말장난을 우리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 자체가 어리석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또 적대행위와 북침전쟁책동이 계속되는 한 북남대화나 북남관계 개선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긴장 책임을 우리 측에 미루면서 대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북한은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고통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화제의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촉구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불성설이고 심지어는 적반하장이라는 단어까지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출입차단 15일째인 이날 남측 근로자 8명이 추가로 귀환했다. 19일 0시 현재 198명(한국인 197명+중국인 1명)이 남아 있다. 이들은 쑥을 뜯어 반찬을 만드는 등 생필품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북 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 관계자들의 방북이 18일 성사돼 긴장고조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이 유지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인세반 회장 등 관계자 8명은 이날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편으로 북한에 들어갔다. 이들은 결핵약 전달과 환자 치료 등을 마친 뒤 5월 10일경 서울로 올 예정이다. 방북한 재단 관계자는 모두 외국 시민권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