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세월호 참사가 한국 스포츠에 남긴 것
Posted October. 28, 2023 08:44,
Updated October. 28, 2023 08:44
9년 전 세월호 참사가 한국 스포츠에 남긴 것.
October. 28, 2023 08:44.
by Kyu-In Hwang kini@donga.com.
한국 수영(경영)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 6개, 은 6개, 동메달 10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금메달 수는 물론이고 전체 메달 숫자(22개)도 역대 최고 성적이다. 비결이 뭘까.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마린 보이’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2008년 초등부 수영 선수는 1570명이었다. 올해는 1.6배에 가까운 2484명으로 늘었다. 전체 초등학생 숫자는 약 367만 명에서 267만 명으로 100만 명이 줄었는데도 그렇다.
초등부 수영 선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세월호 참사(2014년) 이후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생존 수영’을 배우는 학생이 늘면서 수영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된 거다. 아니러니하게도 세월호 참사가 ‘수영 저변’ 확대의 기회가 됐다.
물론 저변이 넓다고 바로 그 종목 강국이 되는 건 아니다. 중국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나라지만 사이클 강국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종목에 걸려 있던 금메달 12개 중 2개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10개는 전부 일본이 가져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만 해도 일본은 트랙 종목 금메달 14개 중 2개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5년 만에 사이클 강국으로 거듭난 데는 일본자전거연맹 ‘하이 퍼포먼스 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센터는 ‘일본 사이클을 세계 정상으로’를 모토로 삼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엘리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불교에서는 ‘직접 원인’ 인(因)과 ‘간접 원인’ 연(緣)이 모두 있어야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우유는 특정한 온도와 습도가 맞을 때만 치즈로 변한다. 우유(인)만 있거나 발효 조건(연)만 있을 때는 치즈를 얻을 수 없다. 21세기에는 스포츠 역시 저변 또는 엘리트 훈련 프로그램 한쪽만 있을 때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국 수영도 대한수영연맹 지원이 있었기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불교 이야기를 꺼낸 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조계종 신도회장을 두 차례 맡을 정도로 불심이 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풀뿌리 체육’을 담당하던 국민생활체육회가 2019년 통합한 뒤 불교 신자인 이 회장이 초대 수장에 오른 건 참 기막힌 인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여전히 스스로를 ‘엘리트 스포츠 대표’로만 생각하는지 ‘체육인’과 ‘비체육인’을 구분하기 바쁘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11∼17세 여학생 중 한국(97.2%)이 가장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부 경기에서 따낸 금메달은 13개로 일본(22개)보다 9개가 적었다. 남자부 금메달 숫자는 한국과 일본이 26개로 같은데 전체 금메달 숫자에서 뒤진 이유다. 생활 체육 없는 ‘엘리트 스포츠 타령’은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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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경영)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 6개, 은 6개, 동메달 10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금메달 수는 물론이고 전체 메달 숫자(22개)도 역대 최고 성적이다. 비결이 뭘까.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마린 보이’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2008년 초등부 수영 선수는 1570명이었다. 올해는 1.6배에 가까운 2484명으로 늘었다. 전체 초등학생 숫자는 약 367만 명에서 267만 명으로 100만 명이 줄었는데도 그렇다.
초등부 수영 선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세월호 참사(2014년) 이후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생존 수영’을 배우는 학생이 늘면서 수영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된 거다. 아니러니하게도 세월호 참사가 ‘수영 저변’ 확대의 기회가 됐다.
물론 저변이 넓다고 바로 그 종목 강국이 되는 건 아니다. 중국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나라지만 사이클 강국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종목에 걸려 있던 금메달 12개 중 2개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10개는 전부 일본이 가져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만 해도 일본은 트랙 종목 금메달 14개 중 2개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5년 만에 사이클 강국으로 거듭난 데는 일본자전거연맹 ‘하이 퍼포먼스 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센터는 ‘일본 사이클을 세계 정상으로’를 모토로 삼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엘리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불교에서는 ‘직접 원인’ 인(因)과 ‘간접 원인’ 연(緣)이 모두 있어야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우유는 특정한 온도와 습도가 맞을 때만 치즈로 변한다. 우유(인)만 있거나 발효 조건(연)만 있을 때는 치즈를 얻을 수 없다. 21세기에는 스포츠 역시 저변 또는 엘리트 훈련 프로그램 한쪽만 있을 때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국 수영도 대한수영연맹 지원이 있었기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불교 이야기를 꺼낸 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조계종 신도회장을 두 차례 맡을 정도로 불심이 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풀뿌리 체육’을 담당하던 국민생활체육회가 2019년 통합한 뒤 불교 신자인 이 회장이 초대 수장에 오른 건 참 기막힌 인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여전히 스스로를 ‘엘리트 스포츠 대표’로만 생각하는지 ‘체육인’과 ‘비체육인’을 구분하기 바쁘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11∼17세 여학생 중 한국(97.2%)이 가장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부 경기에서 따낸 금메달은 13개로 일본(22개)보다 9개가 적었다. 남자부 금메달 숫자는 한국과 일본이 26개로 같은데 전체 금메달 숫자에서 뒤진 이유다. 생활 체육 없는 ‘엘리트 스포츠 타령’은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
Kyu-In Hwang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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