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 입점 물량을 확대하면서 유럽 라면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맞춰 수출 전용 공장을 국내에 신설하고 미국 제2공장 라인 증설도 추진한다.
농심은 6월부터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인 ‘르클레르’와 ‘카르푸’에 입점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기존에 입점돼 있던 신라면 외에 너구리, 순라면(채식라면) 등 라면 제품 라인업을 17종까지 늘리고 새우깡, 양파링 등 스낵도 4종 공급할 예정이다.
농심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유통업체 두 곳의 프랑스 내 합산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이에 농심 제품의 유통망이 단숨에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올여름 파리 올림픽에 맞춰 이달 24일부터 열리는 ‘코리아 엑스포 2024’와 다음 달 22일 개막하는 ‘K-스트리트 페스티벌’에서 각각 단독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프랑스 현지 유통업체와 협업해 매장 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내년 초에는 아예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서유럽과 북유럽 등지에도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카르푸와의 협업을 확대해 카르푸 진출 국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벨기에, 폴란드, 루마니아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증축에도 적극 나선다. 우선 국내에 수출 전용 공장을 새로 지어 늘어난 수출 물량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평택, 부산 등 다양한 후보지를 살피고 있으며 올해 중 지역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판매의 전진기지인 미국 제2공장도 증설한다. 팬데믹 시기 미국 현지에서 K라면 인기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농심은 2022년 미국에 제2공장을 신설했다. 북미에서 라면 매출은 2년 만에 36%가 늘었다.
증설이 마무리되는 올해 10월부터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확대 가동할 계획이다. 농심 미국법인 판매에서 용기면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나 된다. 증설이 완료되면 기존 원형 용기인 큰사발면, 사발면과 함께 사각용기면도 생산이 가능해진다. 미국 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능력도 기존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약 20% 늘어난다.
해외 판매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 농심의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1∼3월) 농심의 예상 매출액은 90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4억 원으로 2.6% 신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라면의 기본적인 맛과 함께 현지 입맛에 맞는 자체 라면 개발 등의 현지화 전략이 수출 증대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K라면 수요에 걸맞은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제품 판매 국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