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경제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개부문에 대한 개혁작업은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화급한 명제였다. 그러나 환란이후 3년이 지난 지금 4대개혁이 우리의 소망대로 진척되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물론 개혁은 한 두해에 끝날 만큼 쉽고 가벼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작년 12월초 4대개혁을 2월말까지 완성하겠다 고 선언했을 때도 우리는 2월말에 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 보다는 정부가 스스로 시한을 정함으로써 노력의 강제성을 다짐하는 의미정도로 해석했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 시한까지 정부가 결심에 걸맞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선 기업부문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 면에서 국내기업들의 의식이 상당히 향상되었지만 잠재적 부실기업의 정리 차원에서는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현대그룹 주력사에 대한 정부지원으로 부실기업 퇴출의 원칙이 실종된 감조차 있다. 노동개혁도 그렇다. 핵심 노동관계법의 개정이 5년뒤로 미뤄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초 개혁의 주된 목표였던 노동시장의 유연성에는 접근조차 못함으로써 아직도 외국자본은 우리나라를 투자기피 대상국가로 지목하고 있지 않은가.
금융부문은 대체로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정부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금융지주회사의 성패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은행통합 작업의 전도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가장 낙후되었던 공공부문의 경우는 최근 개혁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진 것이 사실이고 민영화 작업도 진척을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비전문 경영인에 의한 방만한 경영은 여전히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미진한 개혁의 실상을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의 추가적인 개혁계획을 국민앞에 내놓는 일이다. 개혁완성을 약속했던 2월말 시한까지 최소한 4대부문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의 설계도만이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3월부터는 그 시스템에 의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이 이뤄져 장기적인 개혁의 그림이 완성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당국자들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