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구조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산업연구원(KIET) 디지털경제실 연구원은 최근 업계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업체 관계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업무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면 전자상거래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구조의 차이최근 2년 사이에 200여개 B2B 업체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거래실적이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24개에 불과하다.
그는 B2B를 납품 하청관계로 한정할 때 제품표준화, 시스템기반의 부실 등 기술적인 문제점은 물론 거래방식이 온라인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조업체는 온라인 거래 전에도 부품을 공급받을 때 제품규격과 품질수준을 제시하고 공개입찰을 통해 하청업체를 선정해왔다. 이 관행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면 입찰에 참가하는 하청업체의 수가 크게 늘어 부품구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부품별로 한두 개의 하청업체를 지정, 거래하는 폐쇄적인 하청구조를 갖고 있다. 대우차 납품업체는 현대차에 납품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 일부 제조업체는 하청업체의 기술력이 떨어지다 보니 기술지도를 해가며 하청업체를 육성해왔다. 또 재벌 계열사들은 소속사끼리 거래를 하는 데 익숙하다.
화학 B2B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도 싸지 않은데 불편한 점만 많아 온라인 거래는 형식이고 실제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거래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의 혁신 없는 B2B는 불가능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지원과 과장은 전자상거래 도입에 앞서 우선 한국적 거래방식이나 하청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B2B활성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폐쇄적인 하청구조를 개방형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 라이벌 회사의 CEO끼리 만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만 산업 내 B2B가 활성화돼 전자상거래의 혜택이 커진다는 것.
업계는 한시적으로라도 전자상거래분에 대한 세금만큼은 적게 내도록 하는 등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자상거래를 한 결과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면 어떤 기업이 B2B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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