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일이다. 어제 새벽 서울 홍제동 주택가 화재현장에서 불길을 잡던 소방관 6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해에도 수천건씩 화재가 발생하지만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한꺼번에 여섯명이나 순직한 사고는 일찍이 없었다.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2층짜리 다가구주택 1층에서 난 불이 2층으로 옮겨붙자 구조할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건물 안에 진입했다. 일단 급한 불길은 잡았다지만 1층에선 여전히 불이 타고 있는 상태였다. 완전진화가 안됐으나 불길 속에 뛰어든 것은 생존자가 있다면 어떻게든 구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필사적 노력으로 불길이 거의 잡혔을 즈음 건물 2층이 무너져내렸다. 건물 안에 있던 소방관 모두가 숨지거나 중화상을 입었다. 유독물질로 가득찬 공장이나 대형빌딩에서 난 불도 아니고 단순한 가정집 화재로 화재진압 요원의 인명피해가 이처럼 컸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위를 따지기 앞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위험도 마다않고 불구덩에 뛰어든 소방관들의 숭고하고 투철한 사명감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박봉에 시달리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맡은바 임무에 충실했고 끝내 산화한 그들의 영전에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소방관들이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불행 정도로만 치부하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화재진압에서 우선해야할 사항이 인명구조이지만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않았고 붕괴위험도 있는 현장에 소방요원을 9명씩이나 대거 투입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상황판단에 문제는 없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화재진압 여건과 예방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도 드러났다. 불이난 다가구주택은 30년전 벽돌로만 지은 낡은 건물로 화재에 의한 붕괴가 아니더라도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지만 예방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소방당국도 화재시 붕괴위험 등 건물의 특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무리하게 소방관을 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주택가 소방도로 불비는 참변의 한 원인이 됐다. 화재현장에 이르는 이면도로 양쪽에 승용차들이 빽빽이 주차해 소방요원의 접근이 늦어져 쉽게 진화할 수 있는 불이 커졌고 결국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로 발전했다.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방지하려면 화재진화 못지않게 예방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고는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