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건설 3인방으로 이름을 날렸던 고려산업개발의 최종 부도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현대알루미늄 현대리바트 등 부실 계열사 인수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은 자신들을 재벌그룹 파행 경영의 피해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는 특히 우량 협력업체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 위기가 극심했던 98년에도 22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건실했던 고려산업개발은 98년 7월 그룹 기획조정실의 지시로 부도 직전이었던 현대알루미늄을 흡수하고 같은 해 12월 현대리바트를 합병했다.
현대리바트는 이듬해 7월 부채 전액을 고려산업개발에 떠맡긴 채 분사했다. 현대알루미늄은 3자 매각방식으로 처리될 계획이었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이 과정에서 99년 289억원, 2000년 19월에 185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경영난을 자초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하고 토지 매입비로 1000억원 이상이 묶여 자금난이 심화된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부도는 시간 문제였다고 고백할 정도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파편을 맞았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지난해 9월 고려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22.7%를 가진 현대자동차였다. 그러나 작년 자동차, 건설, 중공업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이 계열분리되면서 건설업이 주력인 고려산업개발은 현대건설 군()으로 묶여야 했으나 현대건설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밀리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자동차로부터 지분의 19.7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지원은 제한적이었고 마침내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부도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고려산업개발의 최종부도를 이달부터 본격 가동된 상시퇴출제도의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별로 마련된 퇴출기준에 해당되면 신규자금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번 고려산업개발은 이 같은시장원리에 따른 결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려산업개발의 1000여 협력업체중 우량기업에 미칠 파장. 여러 업체와 동시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협력업체의 부도로 연결되면 다른 건설업체로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