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사전봉쇄한 정관 조항을 갖고 있던 상장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이를 삭제하기로 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기업이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에 적극 나섬으로써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출할 수 있는 투표방법.
예를 들어 A기업이 4명의 후보 중에서 3명의 이사를 뽑는데 전체 주식수 450주 중 300주는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나머지 150주는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다고 하자. 종전의 단순투표제 방식에서는 갑 을 병 정 네 후보를 한명씩 내세워 찬반투표를 한다. 이 경우 지배주주는 자기 마음에 드는 갑 을 병에게 300표의 찬성표를 주고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에게는 300표의 반대표를 던져 자신의 입맛대로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다.
반면 집중투표제에서는 동시투표로 3명의 이사가 선출된다. 투표권은 한주당 뽑는 이사 수만큼 인정된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은 후보 정에게 450표(주식수 150뽑는 이사수 3)를 몰아줘 이사로 뽑을 수 있게 된다.
집중투표제는 많은 논란 끝에 98년말 개정된 상법에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주는) 집중투표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마련함으로써 도입됐다.
이같은 단서조항에 따라 대다수 민간기업과 공기업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정관에 삽입했다. 현재 상장법인의 78%가량이 배제 조항을 두고 있다. 공기업 중에서는 가스공사만이 유일하게 배제조항을 갖고 있지 않다.
배제 조항을 두지 않은 나머지 22%의 상장기업은 형식상으로는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면 집중투표제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중투표제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
그런데 주주가 32만여명으로 국내 상장 및 등록기업 중 가장 많은 담배인삼공사가 배제 조항을 정관에서 빼기로 한 것이다.
담배인삼공사 이영태()경영전략국장은 그 배경에 대해 올해 중 정부가 보유중인 직접 및 간접 지분 53%를 완전매각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담배인삼공사는 이밖에 이사 수를 현재의 상임:비상임7:8에서 상임을 6명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또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은 물론 운영위원회, 경영평가보상위원회 등의 전문소위원회를 상설화하기로 했다.
한편 재계는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액 주주운동이 기업의욕을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들어 자제를 촉구하기로 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들은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소액주주운동의 문제점을 논의한 뒤 이 운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