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보험 재정을 담당하는 한 간부는 내년이나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고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의보료 인상으로 1조원, 국고 추가투입으로 1조원을 마련하고 1조1조5000억원 가량은 재정절감 대책으로 의보재정 파탄을 막겠다는 계획이 여당의 제동으로 무산된 뒤 현재 검토중인 계획의 실효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졸속 대책 우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당초 발표하려던 계획은 의보재정 파탄이 예상되자 실무자들이 2개월 이상 검토해서 마련한 내용.
그러나 여당이 지난주 말 국민 반발을 우려해 의보료 인상폭을 낮추는 대신 2조2조5000억원을 재정 절감으로 마련하도록 요구해 복지부와 공단은 마른 수건 비틀어 짜내기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1주일 만에 서둘러 마련한 의보재정 대책을 다음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당정이 급한 매를 피하려고 다시 준비 안된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진료비 부당 또는 허위청구 심사를 강화해서 보험급여비 지출을 줄인다는 방안이 대표적.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진료비를 부풀리는지, 실제 그런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와 공단은 절감 목표액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률은 0.7% 수준. 의료기관과 약국이 진료비를 100원 청구하면 99.3원을 준다는 얘기다. 담당 인력이 크게 늘지 않고 심사방법도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았는데 과연 부당청구를 얼마나 적발할지 의문이다.
또 다른 갈등 예상
고가약 및 주사제 처방률을 정해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진료비를 삭감한다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진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처방 내용이 공개되면 저질 약이 퇴출된다는 것은 의약분업의 한가지 기대 효과였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환자에게 비싸지만 좋은 약을 소신껏 처방하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관리운영비 440억원을 절감하기 위해 올해 10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희망퇴직을 먼저 받고 목표에 미달하면 강제 퇴직시킨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또 지역 의보료는 징수율을 서서히 높이는 것은 가능해도 올해 안에 92%에서 97%로 단기간에 올리기는 힘들다. 경기가 나쁜 상태에서 의보료가 올라가면 가입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껴 오히려 보험료 체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