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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4강외교 중요하지만

Posted March. 29, 20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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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요? 주변 4강국 방문을 마칠 때쯤 되면 바뀌지요. 거의 정확해요.

외교통상부 직원들의 이런 자조() 속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외교부장관의 잦은 교체에 대한 자탄이고, 다른 하나는 4강 외에 다른 국가들은 극히 소홀히 다룸으로써 외교의 지평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힐난이다.

26일 임명된 한승수()장관이 현 정부의 4번째 장관이니 1년에 한번씩 장관이 바뀐 셈이다. 외교부장관이 이처럼 자주 바뀌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장관이 자주 바뀌다 보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챙기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나라들은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 좀 하는 것처럼 보이는 4강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관까지 자주 바뀌니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호주만 하더라도 90년 이래 호주 외무장관은 5차례나 한국에 왔지만 우리 장관은 한번도 호주에 간 적이 없다. 한국이 호주의 주요 육류 수입국이긴 하지만 호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카자흐스탄은 고려인이 10만여명이나 살기도 하지만 외국 투자액의 1, 2위를 다투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라고 카자흐스탄 관계자들은 말한다.

23일 스리랑카의 대통령 관저에서는 한국 외교관과 기업인을 위한 성대한 만찬이 베풀어졌다. 최대 투자국인 한국의 기업인들을 스리랑카 대통령이 직접 치하하기 위해서였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한국에 대한 스리랑카의 애정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다자외교에 능한 싱가포르 외교관들은 우리 외교관들에게 한국의 외교부장관은 왜 대통령과 늘 한 세트로 다니느냐고 종종 묻는다고 한다. 이보다 더한 조롱이 있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급진전 속에 4강외교는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둘러보는 여유와 긴 안목도 필요하다. 신임 장관에게 이것을 기대해 본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