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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대북사업을 강요말라

Posted April. 09, 20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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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대차그룹에 대북사업을 떠넘기려 한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이번 일은 정부가 말로는 자율에 맡긴다면서 특정 기업에 대해 이런 사업은 하지 말고 저런 사업을 하라는 식으로 개입하는 구태가 상존하고 있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 대북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본주의 논리에 역행하면서 까지 북한을 도와주어야 할, 국민이 모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정부는 우선 그것부터 솔직히 밝혀야 한다.

현대그룹이 오늘날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원인중 하나가 무리한 대북사업에서 출혈이 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만큼 비싼 입산료를 조정하는 등 원인해결에 나서기 보다 엉뚱한 기업에 그 부담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만일 현대차에 대해 그 부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시했다면 같은 논리가 지금까지 대북사업을 해 온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적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에 변칙적인 금융지원을 한 것이 세간의 의심을 받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모두 알다시피 현대차 소유구조를 보면 외국인 지분율이 상당히 높다. 만일 현대차가 정부의 강권에 굴복할 경우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현대차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신뢰는 급전직하 떨어질 것이며 사업부담으로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국내경제는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존립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 사업성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기업스스로의 분석결과에 따라야 하고 신규사업 진출여부도 전적으로 기업이 독자적으로 선택할 사안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대차가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매우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같은 사안에 대해 소신을 갖고 대처하기 바라며 아울러 여타기업들도 향후 정부의 부당한 요구가 있을 때 현대차의 모범적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민족적인 사업이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인다 해도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된다. 남북경협 사업이 파탄에 이른 원인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 할 바른 길이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반하는 술수나 변칙적 정책에는 국민이 결코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