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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문학기행'

Posted April. 10, 20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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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목만 보고 그 흔한 문학기행서 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내의 대표적 문학평론가이자 문학사가인 김윤식 서울대 교수의 넓고 깊은 사유, 역사에 대한 성찰, 문학에 대한 열정과 고뇌가 진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문학기행인가 하면 역사기행이고, 역사기행인가 하면 철학기행이다. 그리곤 어느새 종교적 실존적 사유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저자의 여행 무대는 몽골, 네팔, 일본, 중국. 많이들 가보았을 곳이지만 저자는 그 곳에서 우리 문학의 흔적과 향기, 거기 담겨 있는 한국사의 애환을 세심한 필치로 건져 올린다.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온갖 사유의 세계를 거닌다. 그 사유는 종횡무진이지만 거기에 일관된 그 무엇이 있다.

우선 몽골 기행. 전기를 꽂아야만 시동을 걸 수 있는 노새 같은 쌍발 비행기, 칭기즈칸이 군사훈련을 했다는 독수리 계곡 등 가난한 나라 몽골의 풍경이 쓸쓸하게 스쳐간다. 저자는 칭기즈칸의 유적지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몽골 소주나 마유주() 대신 서양 포도주가 팔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 대목부터 그의 사유가 종횡으로 펼쳐진다.

속물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적 심리적 트릭이 포도주가 아니었을까? 얼치기 관광객들의 내면 심리를 심도 있게 간파한 상업적 기술이 거기 살아 숨쉬고 있지 않았던가. 이 얼치기들의 심리적 만족감으로서의 포도주.

이처럼 이 책을 시종 일관하는 것은 바로 그 무엇이 바로 다름 아닌 오리엔탈리즘이다.

다음은 네팔의 카트만두. 그 곳 고서점에서 일본 작가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소설 이조잔영()을 발견한 저자. 조선 기와집 지붕이 표지 삽화로 들어간 문고판이었다. 그 책을 사들고 저자는 고대와 현대가 뒤섞이고 신들이 즐비한 거리를 헤매면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 고행자의 모습, 화장장()의 연기, 잿빛 강물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도 잠시, 저자는 이조잔영의 진짜 냄새를 맡는다. 1940년 경성(서울), 일본인 화가와 조선 기생 모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 저자는 소설 주인공에게 조선의 아름다움이란 그저 여인의 아름다움이었을 뿐. 그건 결국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이 아니었는가하고 되뇌인다.

251쪽 8000원 문학사상사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