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교과서, 적당히 타협해선 안돼

Posted April. 13, 2001 16:15,   

ENGLISH

한국 정부와 국회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강경한 비판과 재수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은 요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술 더 떠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하시모토 류타로()씨 등 네 후보는 모두 교과서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일본은 흔들리지 말자는 식으로 외치고 있다. 문제의 왜곡 교과서 집필자중 한 사람인 사카모토 다카오()교수는 더 기막힌 망언으로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종군위안부를 역사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은 화장실 구조에 관한 역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목요일 마치무라 노부타카()문부과학상과 고노 요헤이()외상을 만났으나 두 장관은 재수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치무라 장관은 명백한 잘못이 있으면 재수정을 권고할 권한이 있으나 이번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답변했다. 고노외상도 내각 차원에서 재수정을 검토한바가 없다 고 손을 내저었다. 한마디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 논리를 살펴보면, 민간이 기술한 교과서 검정에 정부가 중립 을 지키고 정치적 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예 정부의 검정()제도가 없다면 몰라도 문부과학성 주도로 교과서 검정을 행하는 한, 그 왜곡 내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길은 없다. 더욱이 종전의 기술보다 더 우익()성향으로 검정기준을 낮춰 사실상 왜곡을 유도한 것 또한 일본 정부 아니던가.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항의가 내정 간섭적 이라는 반응도 깔려 있다. 그러나 한중은 일본 내에서 벌어진 일본인들만의 문제 를 다룬 교과서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의 피해 당사자 자격으로 거짓 기술을 고쳐 쓰라고 하는 것이므로 결코 내정간섭일 수 없다.

일본은 젊은 세대에게 거짓을 가르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면서, 그 대가로 이웃나라와의 외교적 마찰은 감내하겠다는 위험한 선택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재수정을 관철하겠다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는 혹시 일본이 마지못해 지엽적인 단어 몇 개 고치는 정도의 수정을 수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본질적인 내용이 수정되기전에는 어떤 타협도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