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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문고시' 운용 속셈

Posted April. 17, 20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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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예상대로' 신문사 경영에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휘두를 태세다. 이남기()위원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신문고시 운용방침은 한마디로 '신문사 경영을 낱낱이 감시하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언론에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위원장은 신문고시 운용의 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자율기구인 신문협회에 맡겨놓지만 여기서 도저히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엔 공정위가 처리하겠다는 것. 또 자율규제 기능이 시원찮을 경우 공정위가 시장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직권조사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간여할 것인지 여부는 공정위 판단에 달려 있다. 이런 방침은 당초 규제개혁위원회의 자율규제 우선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공정위는 신문협회가 자율규약을 만들 때도 이 규약에 담기는 내용을 사전 점검할 계획이다. 말로는 자율우선 원칙을 강조했으나 사실상 타율을 강요하겠다는 것. 심지어 자율규제 명분으로 신문협회를 공정위 하부집행기관인 '출장소'로 부리겠다는 발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이위원장은 8개그룹에 대한 조사 방침을 불쑥 밝혔다. 올 1월 5일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할 분위기를 얼어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반기중 대기업 조사가 없다"고 선언한 것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이위원장은 "30대그룹중 아직도 불공정거래 조사를 받지 않은 8개그룹을 대상으로 '형평성 차원에서' 5월초부터 조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반기엔 4대 그룹에 대해 부당내부거래와 불공정행위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문고시 때문에 언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은 데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정위의 주업무가 아닌 언론사 조사에 대한 공세를 피해나가기 위한 전술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위원장은 이날 지방신문사의 폐해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방 신문사들이 건설회사와 중소기업을 괴롭히면서 광고영업을 하는 행태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신문고시에 대한 문제의 초점을 흐려보겠다는 심산이다. 이위원장은 "일부 지방신문들이 사전 동의없이 미리 광고를 내고 나중에 광고대금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직원들에게 월급도 안주고 광고 리베이트를 미끼로 영업을 시키는 신문사도 있다"며 "소규모 지방에 신문사가 67개나 있는 곳도 적지 않으며 '넥타이만 매면 기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신문사들의 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 지방 신문사의 폐해를 눈감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공정위가 나설 일도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 신문사에 공정위가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피해나가기 위한 '물타기'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제부처인 공정위가 점차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영해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