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효율적인 정부. 김대중()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목표였다.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가급적 줄이는 세계적 흐름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이 야당생활을 하면서 탄압받는 과정에서 옳든 그르든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정부조직의 문제점을 인식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출범 3년여가 지나면서 정부조직은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업무면에서도 무리한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커지는 정부조직
현정부는 출범직후 정부 개혁을 외치면서 정부조직에 대대적인 메스를 댔다. 98년2월의 1차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김영삼()정부 후반부의 2부총리(경제 및 통일) 2원 14부 5처 14청은 17부 2처 16청으로 축소됐다. 부총리급의 재정경제원과 통일원이 장관급의 부로 격하됐고 공보처와 정무 1, 2장관실이 폐지됐다.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경제부총리제 폐지는 운용과정에서 문제가 더 많은 것이 드러났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야심찬 출발이었다.
그러나 금년 1월 하순 정부조직법 개편 등으로 현재는 2부총리 18부 4처 16청으로 다시 커졌다. 경제부총리 부활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육부총리제가 신설됐고 선진국에서도 전례가 드문 여성부가 만들어졌다. 대통령 선거공약이라고는 하지만 교육부총리제와 여성부의 필요성에는 여전히 논란이 따르고 있다.
정권의 언론공작 기구라는 인식 때문에 없어졌던 공보처도 국정홍보처로 되살아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중앙인사위원회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등 장관급 위원회도 많다. 청와대도 출범 초 6수석비서관, 33비서관체제에서 8수석, 41비서관체제로 확대됐다. 사회복지수석이 교육문화와 노동복지수석으로 나눠졌으며 옷로비 사건후 민정수석실이 만들어졌다.
운영 및 조직상의 문제들
현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전문성 결여와 정책조율기능 상실로 설립 3년이 되도록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기특위가 생겼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으나 지금은 존재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과감하게 공공부문 인력을 줄였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외화내빈()이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일용직 등 하위직 공무원이 인력감축의 대부분이 아니냐며 물론 직업공무원을 함부로 내보내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지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내놓고 자랑할 상황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얼마 전 1관 4과를 2관 6과로 늘리기로 한 것이나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인원증원을 요청한 것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는 거꾸로 가는 사례로 지적된다.
최근 신문고시 부활 강행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내부 심의기능을 갖춘 위원회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장관급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간부들이 다른 의견을 못 내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며 공정위 조직을 개편해 정책과 집행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의견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황성돈()교수는 집권 말기의 공무원 증원은 정부의 신뢰를 잃어가는 징표가 된다며 교육부총리제도 등의 신설 때 행정개혁시민연합 등이 반대하자 공무원 증원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교수는 또 고위직은 늘리고 힘과 배경이 없는 부문에서만 인력을 줄이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으며 정책 지식 집약적인 중앙정부를 지향한다면 공무원 인력을 굳이 늘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박재완()교수는 행정조직과 관련해 현정부가 내걸어온 운영기조의 하나가 공무원 총정원제인데 다른 부처의 인력감축 없이 인력을 늘린다면 이런 기조는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