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바다 내음 물씬한 인천. 지지리도 못난 놈이란 표현에 딱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 이름은 이강재. 직업은 명색이 깡패지만 새까만 후배에게서도 형님 소릴 못듣고 강재씨로 불리는 3류 양아치다.
굽이굽이 태백줄기를 넘어 동해 바닷가의 한촌. 한 겨울 혹한에도 맨발로 이불빨래를 마다않는 중국 여인이 있다. 이름은 파이란. 시골 세탁소에서 허드렛일을 돕는 그녀는 핏줄을 찾아 중국에서 왔다가 오갈곳 없게 된 신세다.
그녀는 불법체류자의 신세를 면하려고 돈을 주고 일면식도 없는 한국 남자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아내로 받아준 남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쉬리의 최민식과 성원의 홍콩스타 장바이츠() 주연의 파이란은 이렇게 산맥으로 갈라진 두 개의 바닷가를 오가는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죽음 때문에 묵묵히 접어야했던 사랑의 쓸쓸함을 담았다면 파이란은 바로 그 죽음에서 출발하는 사랑의 애잔함을 그린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볼 때 강약 조절이 너무 불규칙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원작소설 러브레터를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했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