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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 잘되기 바란다면

Posted May. 04, 20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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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심상치 않다. 두 달 연속 뒷걸음질에 감소폭도 26개월 만에 가장 큰 9.3%를 기록함으로써 경제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전시효과만 노린 대증요법식 처방이라는 느낌을 준다.

물론 수출부진이 세계적 경기하강 추세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로 이들 국가를 주수출대상 지역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이 일제히 수출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터에 우리나라만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음의 몇가지 이유에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본다.

우선 그동안 원화의 대미()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도 수출경쟁력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산업정책의 부재를 의미한다. 당국이 환율상승을 용인한 주이유가 수출경쟁력을 위해서였는데 수출이 이처럼 부진한 채 물가만 불안해졌다면 환율 수출 물가관련 정책에서 정부는 모두 잃기만 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의 종합성이 결여된 사례다.

수출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수입이 줄고 수입구조가 악화하는 현상은 예의 주시해야 할 일이다. 자본재 수입증가율이 4월 한달 동안 무려 마이너스 23.4%에 이르렀다는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로 냉각되고 있는 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설비투자가 위축되면 기업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투자세액 공제기간의 연장을 제시했지만 이 대책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지금 잘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또다시 전시효과적 대책만 내놓은 것이다. 기업인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기본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순수한 경제적 예측 외에 심리적 요인 때문에도 많이 생긴다.

기업의욕을 잃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진입과 퇴출의 장벽을 제거하여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러나 공정위 같은 정부기관들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해 하향평준화식 경제, 획일적 평등주의식 경제를 요구한다면 기업의 투자의욕은 살아나기 힘들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수출인들 제대로 될 리 없다.

기업인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시장의 법칙에 따라 마음대로 투자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지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