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국어 능력시험 민간단체서 추진

Posted May. 13, 2001 07:58,   

ENGLISH

세계화와 정보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한국어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 가고 있는 가운데 국어학자들이 잇따라 한국어 능력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한글학회(이사장 허웅)가 주관하는 세계 한국말 인증시험과 언어문화연구원(이사장 이기문)이 주관하는 국어 능력 인증시험이 그것.

외국인 및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능력시험은 처음이 아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김성동)은 1997년부터 한국어 능력시험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민간 단체가 별도의 능력시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어학계에 국어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학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 사용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자세한 실태 조사를 위해 이같은 능력시험이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보다 정확한 한국어를 가르칠 필요가 있으며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해 이를 어느정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로 논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동시에 두 군데서 한국어 능력 인증시험이 준비되고 있는 것. 그러나 두 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인증시험은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먼저 6월2일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실시되는 세계 한국말 인증시험은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험의 난이도는 국내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에 맞춰져 있다. 한글학회는 이 시험을 통해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표준을 마련하며 그에 따라 한국어 교육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교포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한민족 네트워크 구성에 참여해 온 미국 실리콘밸리 한인회 조태성 회장은 전 세계를 잇는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소리는 높으면서도 정작 한민족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데 필수적인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심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해 온 한국어능력시험과 그 내용이나 대상이 중복돼 혼선이 우려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한편 5월20일 첫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국어능력인증시험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 시험은 국어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시험을 통한 현대 한국어의 실태 조사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영어와 인터넷 언어로 인해 국어가 혼탁해져 가는 세태를 탓하기 전 국어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를 국어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것.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은 국어 교육을 바로 하자는 취지가 같은 만큼 일단 1년쯤 각자 추진해 본 후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찬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