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조건

Posted May. 14, 2001 09:43,   

ENGLISH

정부와 민주당이 제주도를 홍콩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마스터플랜은 영어 공용화, 내국인 면세점 이용 등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유명 컨설팅회사의 용역 연구를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논의를 위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확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제주도에서 영어가 공용어로 채택되면 각종 공문서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병기된다. 영어 공용어 문제는 나라 전체로 보면 민감한 사안이지만 지역이 제주도에 한정되기 때문에 우리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선발 국제자유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가 어려움 없이 통할 수 있는 언어환경 때문이다. 영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도시에서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업이 활기를 띠기는 어렵다. 다만 제주도 초중고교의 영어 공용화는 전국의 교육제도와 불가분 연계되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개발은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니라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외에도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이 새로운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면적이 싱가포르의 3배인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본토와 떨어져 있어 무비자 무관세의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다른 나라의 국제자유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적의 사람 자본 상품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보장되는 소프트웨어적인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21세기 국가 생존전략인 국제화 개방화의 시범도시가 되려면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 논리 등에 의해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

제주도는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희망하고 있으나 강원 태백시 등과의 지역 갈등을 부를 소지도 있고 국민정서와도 배치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내국인 면세쇼핑도 금액과 횟수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주 국제자유도시 조성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천혜의 청정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적인 개발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은 제주도가 가진 비교우위를 포기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