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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러고도 공공개혁이라니

Posted May. 17, 20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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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지난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의 실적이 고작 15%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그 이유야 어떻든 이 정부가 개혁이란 미명 하에 면밀한 분석이나 대책도 없이 그럴싸한 포장부터 내세운 또 하나의 사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임용이 끝난 39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의 93개 직위 가운데 전현직 공무원 출신이 아닌 순수 민간인이 앉은 자리는 14개에 그친다고 하니 개방형 임용제는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우수한 민간전문인력을 끌어들여 공무원사회의 전문성 및 효율성을 높이겠다던 개방형 임용제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부 부처 내부 승진인사나 퇴직공무원에게 자리를 챙겨주는 집안 잔치로 변질된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민간에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공무원 사회의 내부 담합() 분위기 외에도 민간인력을 수용하기 어려운 여러 현실적 조건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민간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새롭게 생긴 것이냐는 것이다.

민간부문보다 봉급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퇴직 후 장래도 불안하고, 자칫 관료사회의 두꺼운 벽에 막혀 왕따가 될지도 몰라 유능한 민간전문인력이 개방형 임용제를 외면한다는 이유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시행하고 1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한심하다. 한 시사주간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정부 들어 정치권 인사 101명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더구나 여론의 잇따른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60여명의 공기업 임원 자리에 얼마나 더 많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지 모를 일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공기업사장을 공정하게 뽑기 위해 만들었다는 추천위원회 제도도 정부가 내정한 특정인을 선임하기 위해 꾸며놓은 가면극일 뿐이라는 지적이 이 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과거 정권에 비해서는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과거 정권에서는 주로 경영에는 손대지 않고 월급이나 축내는 이사장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경영을 맡아 자칫 기업을 거덜낼 수 있는 사장이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