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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혼이 늘고 있다

Posted May. 24, 20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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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크게 늘면서 이에 따른 가정해체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2만쌍, 하루평균 329쌍이 이혼했다. 이는 99년에 비해 1.7% 늘어난 것으로 혼인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70년에 비해서는 무려 10배에 이른다. 결혼은 모두 33만4000쌍, 하루 평균 915쌍이었다. 3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한 셈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는 2.5쌍으로 일본(2.0) 독일(2.3) 캐나다(2.4) 스위스(2.3) 등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결혼하고 쉽게 헤어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신혼여행 후 곧바로 이혼하는 경우도 있고 황혼이혼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배우자 부정이나 고부갈등이 주된 이유였지만 요즘에는 돈 문제나 인터넷중독, 알코올중독, 구타 등의 이유로 갈라서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실직자 가정이 늘면서 이것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이혼을 꼭 나쁜 쪽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잘못된 결혼인 줄 알면서도 평생을 참고 사는 것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더 나은 행복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든 이혼권과 행복추구권은 보장받아야 한다. 요즘 이혼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찾는 경우보다는 불행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쉽게 범죄에 빠지고 정신장애를 겪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시립 아동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들의 90%가 부모가 헤어진 후 무작정 맡겨진 경우라고 한다.

교육학자들은 부부간의 화목이 가장 큰 자녀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부부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은 이 같은 기본적인 교육에서도 소외되는 셈이다.

우리사회에는 이혼을 생각하면서도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잠재이혼도 많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이혼이 더욱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위기의 부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늘처럼 메마르고 삭막한 사회에서 가정과 가족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가정의 건강은 바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