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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고향 동자바 무정부상태

Posted May. 30, 20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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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의회가 30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할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국이 최악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이끄는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PDIP)과 골카르당 등 의회 500석 가운데 397석을 차지하는 6개 주요 정당은 이날 표결에 앞서 실시된 정당별 회의에서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MPR 특별 총회 소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두 건의 금융스캔들에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국정 운영 개선 실적을 담은 해명서를 의회에 제출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의회의 탄핵 의지가 확고함에 따라 와히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거나 MPR 특별 총회가 개최되기 전 야권에 타협안을 제시하는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와히드 대통령측은 의회의 탄핵 절차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정적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겠다며 위협했다고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야흐야 사타쿱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최근 발령한 준비상사태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인사들을 체포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원의장이자 골카르당 당수인 악바르 탄중을 비롯한 37명의 와히드 반대파 의원들은 30일 경찰에 24시간 신변 경호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날 의회 본 회의가 열리는 동안 수도 자카르타와 와히드 대통령의 고향인 동부 자바에서는 의회의 탄핵 움직임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사흘째 진압경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동부 자바의 파수루안에서는 시위대가 기독교 교회와 경찰서 건물 등을 공격했으며 학교와 기업이 잠정 휴업에 들어가는 등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시위대 수천명은 이날 동부 자바 시도아르조와 파수루안, 그레시크 등지에서 와히드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한 뒤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주도인 수라바야로 진입하려다가 진압 경찰에 맞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사흘째 계속된 와히드 지지 시위로 동부 자바 지역에서 교회 5곳이 불타고 야당 사무실과 학교가 화염병 공격을 받아 심하게 파손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60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이 지역에 긴급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자카르타에서는 동부 자바에서 상경한 4000여명의 와히드 지지 시위대가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대통령궁에서 의사당 앞까지 가두 행진을 하는 등 9000여명의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아직 유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 3000여명은 의회에서 표결이 실시되기 직전 의사당 정문에 집결, 의사당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G15 개발도상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컨벤션센터와 인근 의사당 주변에 장갑차 40대와 병력 6000여명을 배치한 것을 비롯해 자카르타 전역에 4만여명의 경찰을 배치해 치안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성철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