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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Posted June. 01, 20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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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이제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당 대표의 건의란 사실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봇물처럼 터져나온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에서 문제의 핵심은 이미 다 드러났다.

이번처럼 크게 불거지지만 않았을 뿐 집권 여당의 좌절과 불만은 이 정부 출범이래 계속되어왔다. 그동안 민주당은 총재권한대행체제에서 대표체제로 바뀌는 등 겉으로는 당의 위상 변화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청와대의 그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당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남은 것은 당 총재인 김 대통령이 얼마만큼 이 건의를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모양새 바꾸기 수준의 인적 쇄신으로도 안 된다. 이번 파동이 의미를 가지려면 근본적으로 김 대통령이 당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민주화를 보장하는 인식의 전환부터 이루어야 한다.

총재가 주관하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정례화하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당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도나 시스템은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작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선출됐을 때 당 총재와 월 1회 이상 정례모임을 갖기로 했으나 그 후 흐지부지된 것이 단적인 예다.

사실 민주당의 내부 반란으로 표출된 오늘의 국정쇄신 요구는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민주화의 실질적 내용과 모순된 데서 비롯되어 쌓여왔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비공식라인에 의존하는 인사시스템은 민주화와 어긋나는 인치()의 전형이다.

무리수를 동원한 DJP공조 복원과 3당 연합도 실질적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조차 3당 연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 또 청와대가 정권재창출에 매달리면 안 된다. 성공한 정부로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그동안 수의 논리로 강한 여당을 내세웠어도 민심은 오히려 멀어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김 대통령은 오늘의 국정난맥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큰그림의 국정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민의를 차단하는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공식라인은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