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 물. 최악의 가뭄 속에 전 국토가 타는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다. 댐과 저수지의 수량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으며 제한 급수 지역도 중남부 및 도서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뭄은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평년값(지난 20년의 평균)의 31% 수준이다. 특히 이 기간의 경기지역 평균 강수량은 36.2로 장마 때 하루나 이틀 정도 내리는 비의 양밖에 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이달 하순 예상되는 장마전선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돼 중부지방의 갈증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소양강댐 저수율은 34.1%로 예년의 4분의 3 수준. 소양강댐을 비롯해 전국 11개 다목점댐의 저수율은 예년 평균(41.9%)보다 낮은 35.4%에 머물고 있다. 또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1만7956개 저수지의 저수율도 총저수 가능량의 66%선으로 지난 20년간 이맘때의 평균저수율 73%에 크게 못 미친다.
먹는 물마저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주민이 계속 늘어나 2일 현재 전국 57개 읍면에서 약 11만4000명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광역상수도가 보급된 지역(전국의 52%)을 제외한 지방상수도나 간이상수도 설치지역 중 일부는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림부는 모내기는 전국적으로 82% 가량 진척돼 큰 고비는 넘겼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뭄이 계속될 경우 심은 모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부지역 일부에서는 고추 참깨 콩 등 밭작물이 말라비틀어지고 있으며 가뭄피해는 중부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민간, 지역간의 물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요르단강 확보를 둘러싼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물 전쟁처럼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물로 인한 갈등이나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가뭄 대책이 응급처방에 그치고 있어 차제에 물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 이정전() 환경대학원장은 건설교통부는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댐 건설 주장을 다시 펴고 있고 환경단체 등은 댐 건설에 부정적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물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